아이의 행동이 느리다고 자꾸 재촉하거나 핀잔을 주면, 점점 더 초조해져서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게 된다. 이미 행동 패턴이 이룩된 뒤에는 좀처럼 고치기 어려우니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상의 방침이다 (사진은 8월 중 생일을 맞은 어린이들을 축하해주는 모습. 뒷줄 맨오른쪽이 필자 송연희 원장)  김수연 기자 사진
아이의 행동이 느리다고 자꾸 재촉하거나 핀잔을 주면, 점점 더 초조해져서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게 된다. 이미 행동 패턴이 이룩된 뒤에는 좀처럼 고치기 어려우니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상의 방침이다 (사진은 8월 중 생일을 맞은 어린이들을 축하해주는 모습. 뒷줄 맨오른쪽이 필자 송연희 원장)  김수연 기자 사진

어린이집에서 유아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항상 또래들보다 동작이 느리거나 무언가 행동할 때 시간이 걸리는 아이를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는 대부분 다 같이 모여야 할 장소에 가장 늦게 오며, 자기가 가지고 활동하던 교구나 장난감 정리를 아주 늦게 하여 다음 활동 참여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유아들 중에는 전체적으로 속도가 늦고 천천히 하거나,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시작하면 의외로 빠른 아이도 있다. 또 천천히 하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하게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늦으면서도 의외로 결과가 좋지 않은 아이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사에 동작이 느린 아이는 밥 먹는 것도 느리고, 걸음걸이도 느리고, 블록 쌓기를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한 몸이 약하거나 지능발달이 느린 경우에도 동작이 굼뜬 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먼저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럴 경우 수면, 운동, 영양 등에 신경을 써서 체력을 증진시키도록 하고, 체력이 커지면 활력이 생길 것이고 동작도 어느 정도 빨라지게 된다.

이런 원인이 없더라도 아이가 본래 느긋한 성격일 경우에는 모든 동작이 느리게 나타난다. 아이의 성격 때문에 동작이 느리다면 아무리 고쳐주려 해도 별 효과가 없다. 이때 화를 내거나 야단이라도 친다면 그 아이는 도리어 반항적인 태도로 나와서 동작이 더욱 느리게 될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이 느리다고 자꾸 재촉하거나 핀잔을 주면, 점점 더 초조해져서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게 된다. 이미 행동 패턴이 이룩된 뒤에는 좀처럼 고치기 어려우니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상의 방침이다. 온 세상이 각가지 속도를 경쟁하는 시기이니만큼 부모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겠지만 속도만이 미덕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속도 경쟁이 자칫 많은 사고와 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자기 페이스대로 여유롭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아이의 정신위생에 이로울 것이다.

동작이 느리다고 모든 것이 더딘 것은 아니다. 어느 아이나 자신에게 맞는 것과 흥미를 느끼는 것이 다르므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서 남보다 못하지 않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비록 행동은 느릴지라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아이는 어떤 일이든 차근차근 해나가는 노력형 아이가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아이도 활기차게 된다. 아이와 함께 다양한 신체 활동 놀이를 하거나 취미를 가져본다. 아이들은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통제하는 법도 배우고 조절력도 키우게 된다. 부모와의 신체 접촉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게 되므로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도 갖게 되는 것이고 자신감이 생겨 밝고 활력이 넘치는 아이가 된다.

만약 우울증 등 기질적인 원인으로 행동이 느린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자아존중감이 낮으므로 어떤 일을 하려는 동기 수준이 저하되어 있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서는 아이가 동기를 갖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아이에게 시간 개념에 대해 알려주고, 모든 일에는 주어진 시간이 있으므로 서둘러야 할 때는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울러 아이의 잘못된 행동보다 잘한 행동에 더 큰 관심을 보여준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무조건 화를 내지 말고 객관적으로 일어난 상황이나 아이의 행동에서 왜 그런 행동을 고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린 한 장의 그림에 대해 칭찬하거나 철봉놀이를 잘하는 것에 대해 칭찬해 줌으로써 아이는 훨씬 의욕적으로 변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느긋한 마음이 절실하다. 동작이 느린 것도 하나의 개성이라고 생각하여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가급적이면 속도를 필요로 하는 놀이나 운동적인 놀이, 경쟁하는 놀이 등을 권장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숨바꼭질, 공기, 공놀이 같은 것이 좋다. 이렇듯 아이의 발달 정도에 맞는 일이라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주는 것이 좋고, 만약 너무 느리다면 시간 한도를 정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송연희/ 사회복지학 박사, 관인 미성어린이집 대표원장, 서울복지신문 수석편집위원,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아동학과 및 서울기독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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