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는 ‘긍정적 기억의 창고’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원아와 함께 한 송연희 원장) 김수연 기자 사진
아이가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는 ‘긍정적 기억의 창고’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원아와 함께 한 송연희 원장) 김수연 기자 사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학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 걱정을 하는 부모들을 볼 수 있다. 아이가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본인의 만족도가 높으면 굳이 그리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 잘 나서지도 못하고 낯선 사람을 보면 뒤로 숨는 아이를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상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성격이나 기질을 조금씩 다르게 타고난다. 외향적인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내성적인 아이도 있다.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개성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어렸을 때 부끄럼을 많이 탔던 아이들도 자라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나서서 하는 일을 잘 해내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상대방에게 거절당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것이다. 또 자신을 싫어하거나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신감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과 행동이 고쳐지지 않고 지속될 경우 자라면서 본격적인 단체생활을 할 때 대인 관계를 회피하게 되고 사회성 발달의 결여, 사회적 위축과 고립, 집단생활 부적응 등의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부끄럼을 많은 타는 아이들은 자신의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교사들과 포즈를 취한 원아들) 김수연 기자 사진
대체로 부끄럼을 많은 타는 아이들은 자신의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교사들과 포즈를 취한 원아들) 김수연 기자 사진

대체로 부끄럼을 많은 타는 아이들은 자신의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단지 아이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아이에게 무작정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가라고 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또한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를 나무라거나 다그치면 아이에게 ‘부끄럼 많은 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아이가 낯선 상황이나 사람을 만날 기회와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특기를 살려서 스스로 유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거나 주변 사람이 작은 일에도 칭찬해 주는 것은 자신감을 길러 주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이를 위해 가족 앞에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게 하거나 좋아하는 동화를 읽고 그 느낌을 말해 보게 한다. 다만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앞에 내세우거나 억지로 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끄럼을 잘 타는 아이의 가장 잘못된 양육 방식은 아이를 ‘못난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아이의 소극적인 태도를 무조건 ‘아이의 탓’으로 돌리면 아이는 더욱 자신감을 잃어버려서 오히려 부끄럼이 강화된다. 아이에게 겁주기나 위협하기, 아이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면 앞으로 더 문제”라는 식으로 말하면 아이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심어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마음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부끄럼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부끄럼의 대상에게 무조건 다가가서 말을 걸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끄럼의 대상에게 무조건 다가가서 말을 걸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어르신 섬김도 원아 교육의 하나)  김수연 기자 사진
부끄럼의 대상에게 무조건 다가가서 말을 걸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어르신 섬김도 원아 교육의 하나)  김수연 기자 사진

부끄럼 많은 아이를 키우는 올바른 양육 방식의 가장 우선되는 항목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과 이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며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게 된다. 일단 아이가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한 후에는 부끄럼을 극복하는 일이 보다 더 수월해진다. 그리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안 아이의 입장이 되고, 아이가 말하는 것뿐 아니라 느끼는 것에도 집중해야 한다. 또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은 부모가 질문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판단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아이의 긍정적 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해주고, 때로는 자그마한 상이라도 주는 등 고전적인 방법이야말로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부끄러워하면서 생기는 부정적 경험들을 줄이기 위해 아이가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는 ‘긍정적 기억의 창고’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강점을 평가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찾고, 부끄러워하는 성격의 긍정적 측면을 바라보도록 하자. 부끄럼을 많이 타고 내성적인 아이는 대체로 생각이 깊고 자제심이 강하고 양심적이며, 타인의 필요와 감정을 배려하고, 상냥하고 친절하며 사랑이 많다고 한다.

 

송연희/ 은평구 미성어린이집 대표 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본지 수석편집위원,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아동학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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