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주필, 회장, 교수
정균화/ 주필, 회장, 교수

통상적으로 나의 기준과 맞지 않는 사람의 불손한 태도와 언어로  인해  일상이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화를 못 이기고 펄펄 뛴다고 해서 세상이 얼마나 바뀌는가.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화내지 말고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 생각하는 여유로 참자.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화병(hwa-byung)’으로 표기하며 한국인 특유의 문화증후군으로 인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화병은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특징적인 신경증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는 분노나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화병보다 ‘충동조절장애’를 앓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는 폭발장애, 병적 도벽, 방화, 도박, 발모 광, 기타 충동적. 강박적 성행위, 섹스 중독, 강박적 자해, 충동적 행동을 동반하는 신경과적 질환, 공황장애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지만, 대개 좁은 의미로 충동조절장애라고 말한다.

이들 장애가 있는 경우,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하며 이러한 충동과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거나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 행동을 보이기 전 긴장이나 각성이 고조되고, 행동으로 옮긴 후에는 일시적인 쾌감이나  또는 긴장의 해소를 경험한다.

다른 정신질환에서와 달리 이들 충동적인 행동은 자아 동질적, 즉 자아의 목표나 필요, 또는 자아상에 잘 부합하는 것으로 느끼게 되는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을 말하며,  화로인한 충동행위 후 자책, 후회, 죄책감이 없는 편이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불을 지르거나 상대를 때리는 방식으로 화를 푸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폭력범 36만6527명 중 15만2249명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열 명 중 네 명이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에서 여자 친구를 승용차로 들이받은 최모(4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1년간 함께 살았던 여자 친구 김모(31)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김씨가 타고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혐의, 살인미수였다. 최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네 차례나 들이받았다.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황에서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최씨는 화를 못 이기고 차에서 내려 김씨의 목까지 졸랐다. 유사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와 같이 충동조절장애 범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범죄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고 선진국에는 이미 ‘분노·증오 범죄’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충동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최근 5년 동안 30%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2009년 3720명이던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가 2013년에는 4934명으로 32.6%증가한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경쟁 일변도의 사회 분위기와 자기중심적인 성장 환경을 충동조절장애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 곳곳에 쌓여 있는 불만과 좌절감이 충동조절장애로 이어져 ‘묻지마 범죄’를 불러온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가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높고 삶에 대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과거 사회에 대한 분노나 불만이 자살로 대변되는 자기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났지만  최근엔 방화나 살인·폭력 같은 범죄로 더욱 불안한 행동유발로 불거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충효사상, 공동체에 대한 헌신. 나눔은 사라지고 현실에 대한 분노를 키워 작은 사안에도 극단의 행동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출발점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다.

인간의 두뇌는 대부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완성되는데 가정에서 형성된 아이들의 인성을 학교에서 교정하고 보완된다. 이 법에 명시된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와 덕목은 예(禮)와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다. 다행이 지난해 12월29일에 인성진흥교육법이 제정되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목표는 물질적 성장에 걸 맞는 정신과 가치의 성숙을 이루는 것이다. 바른 인성을 가진 시민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선진국가의 지름길이다.

이런 가치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서도 변치 않을 소중한 것들이다.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바뀌거나 반전 되지 않는다. 또 다른 화를 부를 뿐이다. 나에게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면 그 순간에는 통쾌한 기분이 든다고 하자. 그래서 뭐? 그 상대 역시 반듯이 나를 보복 공격할 것이다. 그 화가 그대로 부메랑이 되여 돌아온다. 충동조절장애 환자들은 사소한 일에도 폭력을 사용하려 하거나 자해를 하고 ‘너 죽고 나 죽자’는 등의 말로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실컷 화를 낸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한순간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남의 가정과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인면수심의 인간으로 낙인찍히고 법의 심판까지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화가 치밀 때마다 참고 세 번 크게 웃고 나면 그 분노가 사라진다. 다 같이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웃어보자. 웃는 순간 서로 덕이 쌓이고 용서의 복이 들어온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겸손과 배려하는 사람과 부족함을 모르고 폭군처럼 사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라 용서하고 참자. 이제부터라도 가정과 사회에서 나와 다른 공존함을 인정하고 그들을 자극 시킬 원인 제공을 차단하고 치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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