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 본지 밴쿠버 지사장, VOW매거진 발행인
최정이/ 본지 밴쿠버 지사장, VOW매거진 발행인

[서울복지신문] 수도 손잡이를 올리자마자 물살이 무섭게 쏟아집니다. 순간 놀라 손잡이를 급하게 내립니다. 아래 그릇을 내려다보니 물은 바닥을 훑고 넘쳐 남습니다.

예전의 수압이 낮은 아파트에서처럼 최대로 틀다가 보면 번번이 물을 허비하게 됩니다.

7년 남짓 몸에 밴 수압의 감각 때문에 아직 가볍게 트는 것이 몸에 익혀 있지 못해 긴장하지 않으면 당분간은 물 허비가 많을 것 같습니다.

수압을 조절하지 못해 넘쳐나는 수돗물을 보면서 나는 어줍잖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열정이 많은 사람은 애정의 관계가 트이면 수압을 이기지 못해 쏟아지는 수돗물처럼 상대에게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쏟아줍니다. 그러나 받을 준비가 되지 못한 작은 가슴은 그 정을 다 받아내지 못하고 휘말리다가 정작 가슴에 담고 있는 애정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애정의 진도를 맞추지 못하여 안타까워하면서 한 사람은 도망갈 궁리를 하는가 하면 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가슴앓이를 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정을 쏟아 주며 받는 사람의 반응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가 하면, 누군가는 받음으로써 자신을 충족시켜 반응하며 관계의 묘를 살려 가기도 합니다.

이때 그릇과 쏟아내는 속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사랑에 낭패를 보기 쉽고, 성급하게 자신을 쏟아 내었다가 허망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생각이 깊거나 가슴이 넓은 사람은 낡은 수도관의 물처럼 조금씩 흘러내리는 물에는 그다지 감응을 보이지 않아 무위에 빠져버릴 수 있습니다.

가끔은, 정말 가끔씩은 서로의 마음 상황을 들여다보며 지나친 낭비 없는 관계를 키워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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