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활동 중인 장애인당사자들과 가족으로 구성된 복지관의 마을기자배숙희기자(당사자)와 손창명기자(장애인가족)의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을 통해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에게 대한 각별한 사랑과 섬김의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편집자 주>

지하철에서 생긴 일
배숙희

지하철 안은 온통 울음소리다. 울고 있는 여자의 통곡소리를 젋은 여인, 커플, 사람들이 듣고 있다.

노약자석에 앉았을 뿐인데, 한 노인이 비킬 것이지 막무가내로 앉아있다고 온갖 욕설을 하는 바람에 몸을 절뚝하며 지하철 입구에 서 있다.

이 광경을 보고 노인은 헛기침을 하며 바쁘게 옆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보여도 분명 아프니까 노약자석에 앉는건데... 가만히 있을 때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그 여자에게 언성을 높인다.

누군가 노약자석에 앉아있다면, 설사 그 사람이 몸이 아프지 않은 비장애인이라 하더라도 한번 쯤 생각하고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어느 날엔가 여자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었다. 오른쪽이 불편하여 왼쪽에 기대어 내려가고 있었는데, 한 노인이 뭐가 잘나서 여기에 서있느냐고 여자의 몸이 기울어 질 때 까지 여자를 밀고 지나가려 했다. 여자는 두려운 마음에 노인의 옷을 잡아당겼고 노인은 더 심하게 욕을 했다.

여인은 몸이 불편해서 그랬다고 말을 했지만 노인은 막무가내였다. 에스컬레이터 끝에 다다르고 역무원에게 가서 하소연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했다. 여자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한다.

서로 도와주고 염려해주는 날이 언제쯤일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생각하면서 계단을 밟는다.

문턱을 넘으며...
손창명

뭘 먹을까? 지극히 간단명료한 일이지만 외식할 때마다 하는 고민. 메뉴를 정하지 못하고 이 집은 이래서 싫고, 저 집은 저래서 싫고, 그래도 내가 지불한 돈에 대한 부가가치, 즉 내가 선택한 만족도를 최대한으로 올릴 수 있는 집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건 배부른 투정일수도 있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가깝게 지내고 있는 지체장애인분이랑 저녁약속이 있었다. 뭘 먹을까 하다가 평소에 다니던 집으로 정하고, 예약을 하고, 돌아서 나오다 그만 발이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아! 하는 순간 동시에 그 문턱은 내 뒷통수까지 탁 치는 것이 있었다. 맞다! 휠체어! 미처 생각 못한 일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그 집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봐도 없었다. 예약을 취소하고 주위에 있는 식당마다 문턱을 확인하며 다녔다. 비단 식당뿐만이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나 가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늘 장애인과 함께하는 나로서는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문턱은 누구에게나 불편을 준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물론이고, 두 발이 건강하다고 해도 걸려서 넘어지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젋은 엄마들한테도, 이렇게 문턱은 많은 계층의 손님을 거부하는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살가운 문턱을 문턱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권리, 선택을 떠나서 좋은 이웃이 되는 작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배려가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이웃이 되고, 그런 이웃들이 모인다는 건 살기 좋은 마을로 꾸려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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