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을 맞아 온가족이 싱가포르 여행지에서 기념 촬영에 임했다
지난 추석을 맞아 온가족이 싱가포르 여행지에서 기념 촬영에 임했다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우리 장애자녀들은 수시로 병원을 갈수 밖에 없다.

어느 날 부턴가1~2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가다가 20살이 넘으면서 3년 만에 검사를 했다. 결과 보러가기를 한 달은 미루었다. 사실 무섭다. 또 무슨 미운 말이 나올까 하는 기우심이 생긴다.

결과를 보고는 한 차례 크게 웃었다. “다 좋은 데요 음, 괜찮아요. 근데 비타민 D가 부족 한데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썬크림을 너무 잘 발라 줬나 봐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 말의 의미를 알고 공유하기에 우리는 행복하게 웃었다.

민규c가 태어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을 낳았다. 딸 낳고 아들을 낳았다. 부러울 게 없었고, 14일 동안 나는 정말 행복했다.

병원에 있는 아이가 장애라는 걸…14일 저녁에서야 알게 됐다.

그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잤다. 모두 내가 이상 하다고 눈치만 봤단다. 그때는 내 일이 아니었다. 가족에게는 그 시간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나 모르게 시설에 주고 네게 ‘죽었다’ 말하자고 합의도 해보았단다. 우리 부부는 상관하지 않게 시설에 주고 어른들이 왔다 갔다 한다고도 했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시댁, 친정 모두, 특히 착한 내 남편!

언제나 늘 그렇듯! 내 사랑 민규c, 많이 사랑해
언제나 늘 그렇듯! 내 사랑 민규c, 많이 사랑해

17일째 퇴원 시켜서 데려 왔다.

마르지 않은 찰흙 같은 아이였다. 금방 잡아 떼면 뚝 덜어질 것 같은 아이였다. 또 왜 그리 못생겼는지, 만질 수가 없을 정도로 늘어진 아이였다. 점점 현실로 보였다. 착각이지만 예쁜 딸아이가 왜 그리도 가엽고, 아깝고, 미안하고, 안쓰럽던지…그 길로 일어나 미친둣이 병원을 찾아갔다. 대기 순서 그런 거 다 무시했다. 선생님에게 “내가 무슨 죄가 그리도 많은가?”라고 했던 것 갔다. 그때 선생님은 방법이 없단다, 치료법도 없단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도 못 고친단다. 지금도 어려운 상태라 오래 살지 못한단다. 어쩌면 그리도, 그렇게도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눈을 떴을 땐 응급실 이었다. 가족들은 이미 퉁퉁 눈이 부어 있었다. 그날 이후 어찌 어찌 가다듬고 “먼저 태어난 죄 밖에 없는 딸까지 손해 볼 수는 없으니 이 아들을 키워내자”라고 다짐했다. 아들 보다 딸을 위해 힘내고 쓰러지고, 힘내고 기절하고, 힘내고 통곡했다

그날 이후 6개월 아니 일 년은 거의 죽는다는 소리만 들은 것 같다. 입원 합시다 해도 ‘죽습니다’로 들리고, ‘더 심해 질수 있습니다’도 ‘좀 있으면 죽을 수 있다’고 들리고, ‘위급 합니다는 이미 죽었다’고 들리고… 그때마다 가까이 사는 막내 작은 시댁은 내 울음을 닦아야 했고 병원을 좇아 오셔야 했다.

그랬던 내가, 그리도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의사도 볼 수가 없다고 했던 그 극성맞은 내가, 여유롭게 대꾸하고 같이 웃고 있다.

많은 우리 장애부모의 가족이 그러듯이 그래도 세월이 흘러 민규c는 지금 24살이 되었다. 엄마인 나의 스승이 되어있다. 모든 일에 있어 내 아들 민규c는 기쁨이며 자랑이다.

살맛이 나게 해주는 내 아들 민규c는 지금도 어린이집 수준의 아이다.

사랑스럽다. 고맙다. 미안하다. 같이 죽자며 소리 지르고 화풀이 하고 자유로 길을 속도위반하면서 엄청 내 달렸다. 그리고는 일부러 핸들을 놓아 버리고 눈을 감았다. 그 작은 손을 쥐고,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에 다시 정신 차려 끌어안고 오열하고, 또 내일을 살아내야 했던 그 숱한 나날들.

그러나 오늘 나는 병원에서 웃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연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온전한 내 것이다. 우리 가족의 삶이다. 신생아시절, 소아과 시절, 그리고 지금… 우리 민규c를 돌보고 기억해 주시는 S종합병원 박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렇게도 모질게 얘기해 책부터 찾아 공부하게 해준 공 선생님, 송 선생님 고맙습니다.

민규c의 발전을 본인 자식 일처럼 사랑해 주시는 선생님들, 더 예쁘고 귀하게 살겠습니다.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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