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주민센터가 반딧불이 마을사업 일환으로 독막로 150m 구간 칸나길을 조성하고 있다
신수동주민센터가 반딧불이 마을사업 일환으로 독막로 150m 구간 칸나길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복지신문=류선숙 기자] 지난 11일  마포구 신수동주민센터 앞 화단에는 초록색 모자에 점퍼차림을 한 할아버지를 모종삽을 쥔 고사리손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할아버지 옆에 놓여있는 스티로폼 박스에는 못생긴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칸나 뿌리가 가득이다.

“지금 칸나뿌리를 흙 밑에 심어주면 커다란 잎사귀 사이로 빨갛고 뾰족뾰족한 꽃이 피어서 여름 내내 어린이들을 기다릴 거예요.” “제가 심었으니까 제가 끝까지 돌봐 줄래요!”

2014년부터 매년 이맘때 쯤이면 신수동주민센터(동장 이윤우)와 동네 주민인 최상천 할아버지(78세)는 신수동청사 앞 독막로 약 150m 구간을 칸나길로 꾸미는 ‘칸나꽃심기’ 행사를 연다. 올해는 인근 어린이집 어린이 20여 명도 함께 했다. 할아버지는 어린이들에게 칸나를 비롯해 다양한 꽃과 나무의 종류는 물론 식재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이날 행사로 독막로를 따라 나란히 놓여있는 44개의 대형화분에는 칸나뿌리가 빼곡이 들어찼다. 지금은 앙증맞은 데이지만 화분 한 켠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는 6월이면 탐스러운 칸나꽃으로 도로주변이 붉게 물들 것이다.

올해 심은 칸나뿌리는 지난해 도로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칸나꽃이 동절기 휴면에 들어가면서 뿌리를 캐내 동주민센터에 보관해 뒀던 것이다. 신수동주민센터는 겨우내 이 뿌리들이 상하지 않도록 가장 춥지 않은 곳에 정성스럽게 보관해 뒀다.

신수동주민센터 앞에 칸나길이 조성된 것은 최상천 할아버지 덕분이다. 여름 내내 꽃을 피우다, 가을이 되면 열매 같은 뿌리를 남겨줘 ‘행복한 종말과 존경’이라는 칸나의 꽃말처럼 자신의 재능을 이웃에게 아낌없이 쓰는 최 할아버지는 칸나를 닮았다.

신수동에서 11년째 거주하고 있는 최 할아버지는 취미로 꽃을 가꾸다 꽃가꾸기 실력이 수준급에 이르러 자신의 아파트 단지를 손수 가꿔왔다.

2년 전인 2014년에는 신수동청사 화단에도 봉선화, 달맞이꽃, 사루비아, 맨드라미 등 야생화를 심기 시작했다.

최 할아버지가 꽃가꾸기에 매진하게 된 것은 일본에서 거주했을 때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꽃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정성에 감복했어요. 정성을 다해 공원의 꽃을 관리하는 노인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저도 남은 여생을 꽃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꽃을 심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화단으로 일궜다. 한번 심은 꽃은 시들거나 죽는 일이 없다. 잡초를 뽑고 흙을 골라내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식목보다 육목이 더 중요하지요.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 크지 않습니까? ”

이제 그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꽃들을 돌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부터 신수동주민센터 앞 화단, 인근 중학교까지 발길이 닫는다.

지난해에는 신수동주민센터 공무원들과 함께 관내 신수중학교를 찾아 칸나 100여 포기를 식재하고 주말 틈틈이 학교를 방문해 돌봐주기도 했다.

최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신수동주민센터의 이 사업은 반딧불이 마을사업이다.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산다는 반딧불이 살 수 있게 지역주민들이 함께 깨끗하고 아름다운 신수동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다.이달에 칸나 할아버지와 함께 칸나거리를 조성한데 이어 야생화 동산 조성, 무단투기 상습지역 폐냉장고 활용한 화단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윤우 신수동장은 “이제 곧 활짝 필 칸나꽃이 팍팍한 도시인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접하는 것은 물론 작은 미소까지 지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기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아름다운 환경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 할아버지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붉게 열린 칸나꽃들을 사이를 손잡고 걸으며 미소를 머금는 것이며 자연의 향내 물씬한 화초들 사이에서 행복함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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