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지휘관은 부단없이 학습하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 특히 신세대 병사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그들이 지향해온 멀티문화를 이해하고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사항이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지휘관은 부단없이 학습하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 특히 신세대 병사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그들이 지향해온 멀티문화를 이해하고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사항이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자녀들과 소통이 안 돼 ‘아버지의 역할’이 어렵다고 말하는 아버지가 늘고 있다. 심지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마땅치 않아 가족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아버지도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가족관계가 어렵고 더 나아가 ‘대화 단절’이라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가족구성원 간에 서로가 바쁘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라 관계가 서먹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셈이다.

구성원이나 조직원들 간에 소통이 어렵기는 여러 성향의 장병들이 함께 생활하는 부대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명하복 보다 바람직한 것이 진솔한 소통의 원활함이다. 지휘관이 병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유능한 지휘관은 장병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또한 지름길이다.

전투력이 향상되고 부대 내 질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지휘관과 장병들의 소통이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자녀와 친밀한 아버지가 가정을 화목으로 이끌 수 있듯이, 탁월한 지휘능력을 갖춘 지휘관은 장병들의 필요욕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원하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지향해온 ‘신세대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동화되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학습하려는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얼마만큼 장병들을 이해하고 함께 그 문화를 공유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병영여가복지도 점차 확충일로에 있다. 군 특수성을 감안한 최소한의 욕구 충족을 위해 장병 개개인의 행복추구권과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다각적 형태의 여가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장병들의 인성과 적성에 맞춰 이루어지는 다양한 멀티문화도 그 중 하나다.

단적으로 말해 신세대 병사들은 사회저변에 만연된 컴퓨터 게임문화에 젖어 살던 ‘멀티 문화’의 주역들이다. 홍대와 신촌, 대학로 등지에서 젊음의 자유를 구가하며 귀청을 찢을 것 같은 음향과 현란한 사이키 조명들 사이에서 청춘을 발산하던 신세대들이다.

그들에게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공유는 일상이며, 인성교육과 함께 키워온 또 하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즉 신세대 병사들에게 있어 멀티문화와 인성교육은 동일한 개념에서 봐야 할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문제는 장병들의 다양한 멀티문화 욕구에 대해 현재 지휘관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세대 병사들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가정에서 자녀와의 불통으로 결국 따돌림 당하는 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한 예로, 지난해 말 ‘IPTV 게임채널 송출금지 사건’ 과 ‘의정부 모 부대 게임기 전체철거조치’는 장병들의 병영생활 중 게임이 중독과 인성함양에 맞지 않는 콘텐츠로 보는 고루한 시각에서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는 일부 지휘관들의 안일한 대처로 진부하면서도 구태의연한 단면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는 세간의 목소리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한 단면만을 부각시킨 처사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게임방송시청과 여가시간 게임이용에 대해 ‘게임중독’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는 단서적 조항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와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여가를 선용하는 멀티문화의 한 요소로 이해한다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는 ‘선(善) 문화’로 인정받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서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그냥 문제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처사는 잘못된 관행에서 나온 구시대의 산물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전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김광진 의원은 “폐쇄적인 병영문화와 믿을만한 고충처리통로의 부재 등 사고를 유발하는 군의 구조적 문제는 외면하고 ‘게임중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고 시도했다”라고 주장했다.

병영 내에는 군복무중 지식습득과 전문 지식습득을 목적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이 설치돼 있고, 또한 여가활동 시설로 동전노래방, 동전게임기 등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 신세대 장병들의 정서 및 문화에 뒤쳐진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병들의 문화와 정서함양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제도화 한’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규정과 문화에 집착하는 일부 지휘관 및 참모들의 그릇된 판단에 따른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양한 여가문화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휘관들의 고지식한 인식과 문화가 병사들의 여가복지환경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은 60만 장병의 사기 저하라는 측면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중대 사안이다. 항간에 책 읽는 병영운동이나 의사소통활성화를 위한 영내 휴대폰 반입 등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사업들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신세대 장병들의 멀티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성함양 및 상호 존중에 따른 각가지 교육문화도 중요하지만 신세대 장병들의 여가문화 활용에 대한 배움 역시 필요하다. 자유분방한 클럽문화와 일상화 된 스마트폰·게임·인터넷, 또한 높은 교육수준과 다양한 인성 및 마인드로 군에 간 신세대 병사들을 어떤 틀과 개념에 가둬놓고 교육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군이 신세대 장병들의 병영생활 중 여가시간에 할애되는 개인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신세대들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다채로운 여가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군의 좀 더 유연한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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