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은 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성일은 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서울복지신문] 지난 일요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 녀석 눈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냈다. 누나에게 말을 거칠게 함부로 했기 때문이다. 기죽어 있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리면서 난 얼마나 말을 아끼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말을 잘 하면 출세하는 세월이 있었다. 오죽하면 군자의 덕목을 신언서판(身言書判/몸, 말, 글, 판단력)이라 했겠는가? 그런데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예쁜 여자도 독 오른 독사처럼 독살스럽게 얘기한다면 누구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잘 생긴 놈도 입만 열면 시끄럽게 거짓말만 한다면 누가 그를 신뢰하겠는가?

믿을 신(信)자는 말씀 언(言)사람인(人) 변이 붙었다. 사람의 말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말씀 언(言)자에 개견(犭)자가 변으로 붙으면 으릉렁댈 은자인데 한마디로 ‘개소리’란 뜻이다. 그의 말이 사람의 말씀일지 개소리 일지는 전적으로 그 말의 신뢰성에 달려있다.

볏단 500섶을 태우는데도 작은 성냥 불씨 하나면 충분하다.

평생 쌓아온 명예와 권위도 작은 말 한마디 실수로 다 날려버리는 것을 자주 본다. 인터넷 세상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굳이 삼사일언(三思一言/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는 것)이니 구화지문(口禍之門/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니 하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정말 말조심해야 하는 세상이다.

굳이 말을 하려면 다음과 같이 하여야 한다.

첫째,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의 장점을 말해주어야 한다.

셋째, 부드럽고 고운 말을 써야 한다.

넷째, 지나친 농담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때’에 맞게 말해야 한다.

내가 하나만 추가한다면 예쁘게 말해야 한다.

남의 가슴에 상처 준 말은 반드시 자기에게 돌아온다.

‘아브라카다브라’-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얼마 전 영어 동영상의 한 토막.

맹인이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 놓고 구걸을 하고 있다.

I'M BLIND. PLEASE HELP.(나는 장님이예요. 도와주세요)

별로 동전이 모이질 않는다.

어느 여자 분이 다음과 같이 글귀로 바꿔주었다. 동전이 무지하게 모였다.

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

(참 아름다운 남이네요. 그런데 전 이 아름다운 날을 볼 수가 없어요)

재밌게도 말(WORD)과 세상(WORLD)은 한 끗(l) 차이다.

말(WORD)을 바꾸면 세상(WORLD)가 달라진다.

최고의 대화는 경청이다.

이병철 회장님은 아들 이건희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경청(傾聽) 이라는 직접 쓰신 휘호를 선사하셨다고 한다. 듣는(聽) 자세란 귀(耳)를 왕(王)으로 하고 눈(目)을 열(十)개로 하고 마음(心)을 하나(一)로 하라는 뜻 아닌가? 말을 아예 못한다는 소문이 날 만큼 경청에 몰두하셨던 이건희 회장은 세계 최강 기업 중의 하나인 삼성을 만들어 놓으셨다.

훌륭한 대화의 기본은 잘 듣는 것(active listening)이다.

나도 수양이 부족하고 그 분위기가 지루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가 종종 있는데 ‘물고기가 죽는 이유는 입을 벌리기 때문’이라는 생각과 ‘내 입을 통해 내가 다 벗겨져버린다’는 생각으로 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참 재밌는 건 (내 경험에 의하면) 외국어도 들을 수 있으면 말 할 수 있게 된다. 공자님도 말씀하셨다. 말 배우는 데 2년 걸리고, 경청하는데 60년 걸렸다고!

돌아가실 때 자신이 쓴 모든 책들을 거둬달라는 말씀과 말빚을 갚고 싶다는 법정 큰스님의 유언이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오호, 내가 오늘 글질과 말질을 너무 많이 한건 아닌지....?

나도 거칠고 더러운 말을 쓰면서 아이를 혼낸 건 아닌지...?

..........

오늘 자정까지라도 최소한의 언어만 쓰고 묵언수행하며 마음을 봐야겠다!

2016.7.19 견딜만한 더위 32도/이 성일 樂書/alt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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