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주필, 회장, 교수
정균화/ 주필, 회장, 교수

[서울복지신문]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굳이 왜 그러느냐고 이유는 묻지 말자. 다 아는 일이니까.

오늘의 일은 내일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 가급적 마음을 다스려 분노를 자제하는 것이 혹독한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정신건강에도 좋다. 눈길을 돌려 한 예를 들어보자.

국내 자료에서 작년 폭력 사건 중약 40%가 홧김에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분노조절장애자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했다. 조절이 안 된 분노의 위험은 예기치 못한 폭력성과 파괴성이다. 극단적 분노는 살인과 자신에겐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사회에서 '디퓨징'은 그 어느 때보다 귀 기울여야 하는 지식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디퓨징' (Defusing : 분노해소의 기술)은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정신과 전임강사인 ‘조셉 슈랜드’박사와 의학전문 저널리스트 ‘리 디바인’이 함께 쓴 책으로, ‘분노’의 실체와 그 해법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들은 뇌과학 과 정신의학의 최신 이론을 통해 모든 분노의 근간에는 해결되지 않은 ‘질투’ 및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디퓨징’기법들은 현대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위험에서 구해내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 보탬이 될 것이다. 지친 몸에 디톡스가 필요하듯이, 화난 마음엔 디퓨징이 필요하다.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는 수많은 청소년과 성인들을 마주하며, 통제되지 않는 ‘분노’의 이면에 깊은 뿌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파헤쳤다.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화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은 ‘내 것을 빼앗길 것 같다’는 의심과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라는 점을 깨닫고, 화라는 감정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진화된 인간 나름의 생존전략이라는 점도 밝혀냈다. 분노는 이제 타인에게 위협감이나 공포감을 주어 상대를 내 뜻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무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망쳐 버리는 독이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제어하지 못하는 ‘분노’는 삶을 치명적으로 망가뜨리는 폭탄과도 같다.

‘디퓨징’은 분노를 이성적으로 해체하는 방법이다. 충동적인 변연계에서 논리적인 전두엽(prefrontal cortex)으로 사고의 축을 이동시켜 화를 무조건 참거나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디퓨징기법은 현대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위험에서 구해내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남의 불행에 대해 갖는 쾌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동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불행한 일을 겪을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 자신과 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질투하고, 그 사람이 잘못될 경우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연봉을 나보다 많이 받던 동료가 해고될 때가 바로 그런 경우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신과 의사 ‘노먼 페더’는 질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키 큰 양귀비(tall poppy)’라고 불렀다. 사실, ‘키 큰 양귀비 신드롬’이라는 말은 또래에 비해 才能이나 성취가 뛰어난 사람들을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심리는 우리와는 거리가 먼 할리우드 스타들을 질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모든 인간은 동일하게 만들어진 뇌를 갖고 있다. 모든 인간은 질투와 의심 같은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충동을 느끼고, 共感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의 위대한 특징 중 하나가 言語-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상대방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말을 ‘어떻게’하느냐 도 중요하다. 의사소통기술이 좋다면 對話상대가 나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분노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라면, 존중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생겨난 행동이다. 존중은 신뢰로 이어지고, 신뢰는 인간 잠재력의 발휘로 이어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 이성적인 뇌를 이용하여 분노를 현명하게 해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퓨징의 핵심이다. 따라서 '디퓨징'은 분노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내적 장치와 내면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첫걸음이다.

분노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이기는 하지만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매번 표출하는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통제되지 않는 분노는 자신의 건강과 사회에 모두 큰 피해를 끼친다.

분노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10가지 방법을 기억하자. (1)숫자 세기 (2)분노에 반응하는 방법 바꾸기 (3)진정된 후 분노 표현하기 (4)생각한 뒤 말하기 (5)구체적으로 표현하기 (6)가능한 해결책 확인하기 (7)자리 피하기 (8)운동하기 (9)거울보기 (10)도움 청하기가 그것이다.

“누구나 분노는 쉽게 낼 수 있다.하지만, 올바른 목적, 대상, 때, 또한 정도로 분노할 수 있는냐가 문제다'<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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