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자/ 산부인과 전문의, 의학박사, 나산부인과 원장
남소자/ 산부인과 전문의, 의학박사, 나산부인과 원장

[서울복지신문] 용서라는 말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말은 없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흔히 마음을 비우면 용서하지 못할 게 없다고 하지만, 정작 그 말을 자신에게 적용하려면 수포가 되고 만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용서하지 못하면 결국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몸속에 박혀 있는 미움과 원한 때문에 마음이 병들고 결국은 몸까지 병들게 된다. 그래서 중환자 중에는 용서치 못한 마음이 암 덩어리처럼 굳어져 병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다.

마음속에 분노와 미움이 있는 사람은 기쁨과 평안이 없기 때문에 면역력이 낮아지고 병에 쉽게 걸린다. 늘 내게 한 짓을 기억하고 끼친 해를 계산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 상처에 계속 분노를 느낀다는 말이다.

분노는 몸속에 독을 만들어 내는데 독사의 독만큼이나 우리 몸을 상하게 만드는 것이 분노의 독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사람들은 때로 용서를 했다고 말은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용서치 못한 경우가 많다. 스펄젼은 이런 상황에 대해 ‘미친개를 땅에 묻을 때 꼬리만 남겨두고 묻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의 죄를 용서하려면 깨끗이 해야지 일부분을 남겨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삶 속에는 땅 위로 나온 개꼬리들이 무수히 많다. 배우자의 외도를 용서했다고 하면서도 걸핏하면 그 일을 들추어내어 공격하는 사람이나, 빌려준 돈을 못 받은 사람이 형편이 어려워질 때마다 채무자를 원망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상대의 허물이나 죄를 덮어주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용서와 화해로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더 큰 유익을 가져다 준 경우다.

오래 전 친구의 보증을 서서 20억 원의 재산을 모두 날리고 지하 단칸방으로 가야했던 남자가 있다. 그는 고생 끝에 열심히 일해서 다시 자리를 잡았는데 친구는 끝내 재기하지 못했다. 그 친구를 용서하고 지금도 종종 만나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이 남자는 그야말로 개꼬리를 완전히 묻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용서를 하기 어려운 케이스 중 하나는 한 번 용서로 끝나지 않고 반복해서 용서를 해야 할 경우다.

어떤 여성이 어려서부터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 성장과정에서 어머니로 인해 수많은 상처를 입으면서 자라난 그녀는 커서도 어머니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위가 뒤틀리고 두통이 생기면서 심한 긴장감 때문에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 증오심이 날로 더해가자 상담을 했는데 자기가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아서 생긴 증세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를 용서하기로 힘든 결심을 했는데 그러면 어머니도 뭔가 달라지리라고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용서를 해도 어머니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딸이 선물을 하고 카드를 써보내도 여전히 딸을 미워하고 욕을 하는 어머니를 보며 한 번의 용서는 해도 날마다 용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사람의 용서가 과자처럼 부스러지기 쉬운 것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조건 없고 계속적인 용서는 이처럼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용서를 해야 내가 산다.

우리는 무수한 상처를 입고 그 누군가에게 미움과 분노를 가지고 있다. 그가 상사이든, 동료든, 애인이든, 친구든, 또 가족이든, 분명한 것은 용서만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상대를 용서하면 내 속에 있는 분노와 미움도 녹아버리는데, 이것이야말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최고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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