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수 금천구청장(오른쪽)이 김경순(왼쪽)씨에게 '장한어버이상'을 표창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차성수 금천구청장(오른쪽)이 김경순(왼쪽)씨에게 '장한어버이상'을 표창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집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20여년간 키워 온 김경순씨(60세)의 미담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0년 전 생후 20일 밖에 안 된 갓난아기는 올해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친부모 이상으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김경순씨는 “올해 대학생이 된 병진이를 보니 참 대견하고 기쁘다. 많이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준 것도 고맙고, 자라면서 불평 한 마디 없이 말을 잘 들어준 것도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김경순씨 가족과 최병진씨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웃집으로 이사 온 30대 초반의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병진씨를 김씨 가족은 항상 안타깝게 생각했다. 아이 엄마 주위에는 도움을 받을 가족이 하나 없어 김경순씨가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며 인연을 맺었다.

김경순씨는 “당시에 병진이 엄마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주며 가까워졌다. 아이 출생신고도 함께 할 정도로 친했다”고 말했다.

이웃의 상황이 안됐기는 했지만 김씨의 상황이 아이 하나를 맡아 키울 여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칸방 월셋집에 남편과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정도로 김씨의 생활도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김씨를 포함한 가족 모두 세상을 갓 나온 병진씨를 외면할 수 없었다.

김경순씨의 남편인 이은재씨(60세)는 “아기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이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며 “우리 아이들은 이미 커서 아이를 하나 더 키운다고해서 큰 부담은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병진씨의 친모는 김경순씨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떠났다. 그리고 12년 전 마지막으로 병진씨를 보고 병환으로 숨을 거두었다.

김경순씨는 “아이 엄마의 마지막 부탁이 끝까지 병진이를 부탁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법원을 통해 병진이의 후견인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김경순씨는 병진씨가 어릴적부터 친모를 포함해 자라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다. 감출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는 이유다. 병진씨도 그런 김경순씨를 할머니로 부르며 엄마를 따르듯이 따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김경순씨가 가장 감동받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얼마전 병진이가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와서 ‘할머니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했을 때다. 워낙 숫기 없는 아인데 이 정도로 말한 건 정말 큰 용기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진씨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갓난아이를 20년 넘게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효도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등학교 3학년때 할머니에게 전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 2015년 수기공모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금천구는 지난 12일 사회와 이웃에 모범이 되는 김경순씨에게 장한어버이상을 표창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생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갓 태어난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20여 년 간 돌봐 건실한 청년으로 키워낸 김경순씨의 행동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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