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복지‘는 처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건가와 다가 종사자는 이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시위 현장의 사회복지사들
사회복지사의 ’복지‘는 처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건가와 다가 종사자는 이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시위 현장의 사회복지사들

[서울복지신문] 전국이 찜통더위에 몸살을 앓은 5일 낮 경기도 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앞에 50여명의 사회복지사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의 센터 시설평가위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빵집을 연신 눈으로 흘기며 부채질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기도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 통합센터와 비통합센터 39개소에서 일 하는 이들은 다른 사회복지사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중 결혼이주여성들이 대부분 일 하고 있는 통번역사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현장에서 경력 4년차의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와 3년차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를 만났다.

-오늘 시위현장에 나온 이유는?

종사자. “급여체계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나왔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은 복지관에서 나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 같은 사회복지사로 비슷한 일을 하는데 아니 어쩌면 더 힘든 일을 하는데 급여를 적게 받는 것은 부당하다.”

통번역사. “이번 시위를 통해 처우개선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센터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한지 5년이 넘은 사람도 급여는 다 같은 월 130만원이다. 3년 전 보다 20만원이 올랐는데 최저임금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내국인 사회복지사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데 우리는 왜 항상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나?”

건강가정지원센터(건가)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가) 종사자의 급여는 일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70~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사회복지사의 ’복지‘는 처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건가와 다가 종사자는 이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급여 수준이 낮은 것을 몰랐나?

종사자. “몰랐다. 같은 법인 내에서도 급여를 제대로 받는 시설 종사자들은 5년 이상 10년차까지 일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 센터는 내가 고참이다. 지나 3년간 센터에 들어왔다가 퇴사한 분들이 10명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가족복지 서비스의 질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나. 사회복지사로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잃어버린지 오래다.”

통번역사. “통번역사들은 센터에서 이주민 관련 통역과 번역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다. 여성가족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특성화사업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당연히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일반 건가와 다가 센터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우리한테 다 맡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복지사만큼은 못하겠지만 통번역 업무를 하며 센터 일까지 다하는데 급여는 최저임금이다. 건가와 다가에서 일 하는 사회복지사들도 답답한 일이지만 우리는 차별 속의 차별인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는 특성화사업(통번역)을 통해 이주여성 취업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홍보하지만 실상은 최저임금만 받고 과다한 시간외근무와 과외업무로 혹사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스스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통번역사. “그렇다. 지난해 통번역사 멘토링 사업 때문에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갔었다. 애로사항을 말할 기회가 있어서 다른 통번역사들이 최저임금 개선과 과외 업무 배제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누군지는 모르지만 ‘각 센터의 상황이 그러니 과외 업무를 맡을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은 이렇게 돼 있는 것이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듣는 사람이 없다. 개선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기가 막혔다. 한국 사회 내에서 다문화 인식 개선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는 기관이 어떻게 통번역 이주여성들을 이렇게 차별할 수 있나?”

기자는 작년에도 다른 통번역사로부터 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해당 교육을 듣고 나온 많은 통번역사들이 흥분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관계자는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번역사의 과외 업무에 대해 진흥원은 해당 센터 내에서 우선 조율할 것을 권고한다. 그런 식으로 답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시위가 어떻게 마무리되기를 바라나?

종사자. “사람에 대한 관심,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더라. 시간외 근무, 주말 근무가 비일비재하지만 한 번도 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남편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으라고 얘기한다. 나는 급여가 낮아도 내 일이 보람 있고 좋다. 그렇다고 낮은 급여를 강요하며 계속 일하라고 하는 것은 반대한다. 한 번 시작한 이상 멈출 수 없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서 센터 종사자들이 시설평가를 거부하고 나서자 여성가족부는 부랴부랴 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5일) 오후에 진행된 간담회는 성과 없이 끝났고 비대위(경기도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처우개선을 위한 비상대책위) 측은 시설평가 거부를 끝까지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송하성 기자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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