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성일 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서울복지신문] 아버지 생각을 하면 참 후회스러운 게 많다. 그 중에 제일 후회스러운 일은 아버지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일이다. 난 늘 아버지 기대에 못미쳤고 성향도 틀렸다. 아버지는 엄했고 특히 나에겐 정말 엄하셨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셨던 작년엔 거의 매일 병원에 갔지만 휠체어에 태워 산책시키는 일, 가끔 목욕시키는 일 정도 하고 난 묵묵히 침대 옆에서 책을 보거나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글을 썼다. 그때라도 좀 재잘거리며 다정하게 대해드렸어야 하는데... 엊그제 배식봉사 한 노인복지관에서 관장님이 내가 온다고 해서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 그건 20년 전의 열정적이고 멋졌던 아버지가 그 노인복지관 개관 축사를 해주는 사진이었다.

가슴에 뜨거운 무엇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는 안 계신다.

꼭 무슨 장난이거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49제 끝난 직후 어머니가 몸살을 앓고 지금껏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시고 계신다.

난 거의 매일 어머니 드실 걸 사서 어머니 집에 가지만 어머니는 아직 뭘 잘 드시질 않는다. 어제는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하늘에서 아버지가 보고 계시는데 슬퍼하는 엄마를 보고 아버지가 저승으로 가지 못하시고 구천을 떠돌면 좋겠냐고!

만약 울어서 아버지가 돌아올 수 있다면 나도 1년 365일이라도 울겠다고!

이제 엄마가 자식들과 손자들한테 해주실 수 있는 일은 어머니 건강 지키는 것이라고!

모자지간이라도 잔소리는 싫은 모양이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할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아무튼 난 순서대로 돌아가는 것은 참 큰 축복이다.

 

오늘도 참 바쁘다

어머니랑 산에 갔다가 어머니 집 목욕탕 손 보고 서북병원 장례식장 갔다가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갔다가 대구효병원장례식장까지 갔다오려면!(오늘 저녁엔 비슷한 시간에 부고가 세 개 왔다)

생각해보면 숨 쉬고 사는 것만도

하나님의 은혜고 부처님의 가피다.

 

2017첫번째 일요일 새벽

※ 이성일 이사장 아버지 고 이배영 님은 민선 1,2기 은평구청장, 서울시 재향군인회장, (사)남북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을 지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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