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성북구청장이 '건강주치의 제도' 설명회를 통해 취약계층 어르신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 보건·복지와 민간의료의 통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건강주치의 제도' 설명회를 통해 취약계층 어르신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 보건·복지와 민간의료의 통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초고령 사회를 진입을 눈앞에 두고 노인의 건강권과 삶의 질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성북구가 보건·의료·복지 자원을 통합한 ‘건강주치의 제도’ 를 본격 시행한다.

그동안 건강관리서비스의 주체가 없고, 민간의 의료서비스와 공공 보건·복지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제공되었던 것을 전국 최초로 연계·교류하는 시도라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14%를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북구도 전국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힘든 삶 △건강문제 △경제문제 △소외문제 △역할상실문제라는 노인 4고(四苦)에 무방비상태로 놓인 노인이 절대적으로 많다.

2017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고령층 대부분은 전체 지출의 1/4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주거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빈곤층 노인은 몸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고독사나 자살에 내몰리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한국인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8.4명으로 전 세계 4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자살자 중 1위는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으로 자살 원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문제, 건강 문제, 외로움이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보건의료 환경을 혁신해 국가와 개인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감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쇼핑, 대형병원 편중, 경쟁적인 환자유치, 과잉진료, 질병예방과 건강관리 영역의 소외 등 시급한 과제가 많다. OECD도 한국의 기존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건의료체계의 재설계를 권고한 바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성북구는 지난 해 6월 ‘지역사회중심의 건강주치의 제도’ 를 역점사업으로 채택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 해왔다. 민관 협치와 합의에 의한 제도 도입을 위해 성북구의사회, 보건·의료·복지 등 분야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운영협의회(위원장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를 구성·운영하는 한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사회교육센터 연구팀과 모델을 개발해 왔다. 지난 해 12월에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 120여명이 모여 열린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어르신·보호자·의사·방문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에 반영했다.

성북구 어르신 아프기 전부터 건강관리 받는다
성북구 어르신 아프기 전부터 건강관리 받는다

우리나라는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주체가 없다. 예방적 건강관리는커녕, 아픈 증상이 나타났거나 이미 질병에 걸렸을 때 개인이 알아서 병원을 찾아가는 구조다. 성북구 건강주치의 제도는 이 구조를 개선해 개개인의 건강을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집중한다.

이 경우 건강문제 조기 개입, 질병 예방, 건강의 유지·관리·증진을 도모하고, 필요시 전문 또는 상급의료기관으로 적절한 의뢰·조정을 통해 건강수준은 향상시키고 비합리적인 의료비용은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아프기 전부터 건강관리를 받는 ‘사람 중심’의 전인진료를 추구한다.

우선 75세 이상 취약계층 어르신 1,0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20개동 주민센터의 복지플래너와 마을간호사가 단전·단수, 건강보험 체납 등 의료·경제적 위기 등으로 추정되는 복지사각지대 어르신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대상 어르신은 제도에 참여하는 가까운 동네의원 중 원하는 한 곳을 선택하고 1년 단위로 (재)등록하면 된다.

그동안 민간의 의료서비스와 공공의 보건·복지서비스는 연계·교류되지 못했다. 성북구 건강주치의 제도는 전국 최초로 보건·의료·복지를 통합한 포괄적 케어를 제공한다. 일차의료기관 의사(건강주치의), 보건소의 전담간호사,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찾동’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가 팀을 이루어 노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요소를 공동으로 평가하고 관리 계획을 세워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케어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러한 협업 방식은 의료서비스와 보건소의 각종 프로그램·사업의 연계, 다양한 복지자원의 지원·연계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인 포괄적 접근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의료, 보건, 복지 욕구는 엄밀히 구분하기 어려운데 연속적이며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성북구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네트워크 의료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쏟아 부었다. 성북구의사회(회장 이향애)가 관내 전문과목별 협진·회송 체계를 구축하고, 구는 관내 2, 3차 상급의료기관과 의뢰·회송 서비스를 보장하는 MOU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환자가 새로운 병원(전문 의료기관, 상급 의료기관)에 갈 때마다 동일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건강주치의는 전문 의료기관·상급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기록을 제공 받게 돼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관리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건강주치의가 해야 하는 조정적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지역 내 전문 의료기관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므로 3차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줄고, 중증질환이나 난이도가 높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상급 의료기관으로 쉽게 의뢰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므로,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 기여하는 시너지를 불러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은 병이 들면 요양시설로 입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은 거주지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할 때 행복감을 더 느낀다.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가정 중심의 의료시스템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성북구는 이점을 반영해 건강주치의 제도 안에 방문진료를 포함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비교적 잘 갖춰진 제도로‘홈 메디컬 케어’라는 개념으로 간호사와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것이다. 과거 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초고령 사회를 준비했던 일본도 이제는 탈시설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성북구 관계자는 방문진료를 통해 거동불편자의 의료접근성을 한층 높일 수 있어 불필요한 입원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성북구는 건강주치의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참여적 연구, 즉 가장 적합한 진료 연구를 위한 케어 컨퍼런스를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 질’을 스스로 관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환자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한편,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공유함으로서 적합한 치료 방향과 방식을 재정의 하고 표준화해 스스로 역량을 확장하고 학습하는데 있다.

보건소에는 건강주치의 사업 전담 의사를 둘 예정이다. 의료의 질적·객관적 모니터링 및 평가, 다양한 건강 지표 등을 연구·분석, 가장 적합한 진료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 등을 담당하며 일차 의료수준을 한층 끌어 올리는데 주력한다.

지역사회중심 건강주치의 제도는 기본적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모형이다. 일차의료를 잘 갖출수록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수준이 높고, 의료비용이 적게 들었으며, 일차의사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 역시 높다. 구는 이 제도를 통해 핵심 지표로 나타날 수 있는 기대 성과로 건강수명 연장, 시설 입소 감소(탈 시설화), 고독사·자살률의 감소, 비합리적인 의료비용 감소를 꼽고 있다.

성북구의 가장 큰 고민은 의료쇼핑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가이다. 시민이 건강주치의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의료 질을 신뢰하는 단계가 오면 이러한 고민이 차츰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현장에서의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서비스를 제공 받는 노인과 공급 주체인 건강주치의·전담간호사·사회복지사의 의견과 반응들을 즉각적으로 조치·보완해 다듬어 나갈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함께 돌보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건강주치의 수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필요도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일차의료기관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연구 부분에 대한 지원 환경도 필요하다”며 “이 시대의 화두는 지역사회중심 건강주치의 제도가 될 것으로, 우리 구 뿐만 아니라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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