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 대표(왼쪽)와 콩고 출신 아들 제리 카카 코치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장성훈 대표(왼쪽)와 콩고 출신 아들 제리 카카 코치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처음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장성훈 피에스오성 대표(60)는 대답을 망설였다. 잠시 생각하던 장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사소한 계기로 시작하게 된 나눔이었지만, 그 덕분에 장 대표는 든든한 양아들도 얻게 됐다.

제리 카카(35)는 콩고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미래를 꿈꿨던 카카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내전이 이어지던 콩고에서 반군에게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죽음 밖에 없다는 생각에 카카는 늦은 밤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 그리고 2003년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카카는 한국에서도 쉬이 정착할 수 없었다.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됐고 출국명령이 내려졌다. 취직이 불가능하니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어려웠고, 난민법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들어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2007년 장 대표와 만났다.

다니던 교회를 통해 카카의 사연을 접한 장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온 타국에서 힘들어하는 콩고 청년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얻어주고, 생활비를 지원했다.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 카카를 양아들로 삼았다. 그리고 카카를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알아봤다.

장 대표는 카카에게 내려진 출국명령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되는 약 2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벌어줬다. 그 사이 카카는 한국인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장 대표는 양아들 카카 부부를 위해 아내와 함께 콩고 대사관까지 찾아가 혼인신고 절차를 도왔다.

현재 카카는 장 대표와 인연을 맺어준 교회 유소년 축구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아내, 그리고 소중한 두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카카는 이 모든 것이 ‘아빠’ 덕분이라고 말한다. “처음 한국 왔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아빠 만나고 나서 이야기 할 상대 생겼어요. 가족 생겨서 행복해요. 아빠한테 늘 항상 감사해요. 큰 선물 하고 싶어요.” 유창하지는 않지만 서툴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카카를 보며 장 대표가 미소 지었다.

양아들 카카에게 바라는 것이 있냐고 묻자 장 대표는 ‘한국에 잘 정착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귀화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예전에는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자동으로 귀화가 되었지만, 지금은 귀화시험을 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카카는 역사가 무척 어렵다며 기출 문제가 정리돼있는 종이를 보여줬다. ‘고려를 건국한 사람은?’ 등의 문제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늘 가지고 다니며 공부한다는 카카의 말처럼 손 때 묻은 종이는 곧 찢어질 것처럼 너덜너덜했다.

“기부는 경제적인 여유의 문제가 아니에요.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나라들이 상위에 있거든요. 가진 것에 만족하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관심과 지원을 하는 것이 참된 나눔인거죠. 그런 의미에서 카카도 앞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 도움을 받은 한국에서 잘 정착해 다시 한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눈다면, 그것이 바로 나눔의 선순환이 아닐까요?”

장 대표의 이렇게 나눔의 꿈과 비전을 밝혔다.

장성훈 대표는 2003년 적십자 서울지사 동대문‧성북 사업후원회 활동을 통해 적십자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적십자 서울지사 상임위원 및 동대문‧성북 사업후원회장을 맡아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대한적십자사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ed Cross Honors Club, RCHC)’ 79호 회원이 됐다.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은 한국의 개인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대한적십자사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내 기부를 약속한 기부자 모임이다. 장 대표의 기부금은 복지 사각지대와 새로운 인도주의 사업 발굴에 투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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