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서울시는 시민 누구라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는 일이 없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고독사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선다. 고독사 이전에 △고독한 삶이 없도록 고립된 이들을 찾아내는 일부터 △사회관계망 회복과 공공서비스 지원 △죽음 이후의 존엄한 장례까지 아우르는 서울시 최초의 종합대책이다.

우선, 통장이나 집주인 같이 사정을 잘 아는 동네이웃들이 나서서 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립된 1인가구를 찾아가고 이들이 이웃‧사회와 연결고리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살피고 돕는다. 공공은 긴급 생활비나 의료비, 일자리 같이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맞춤으로 제공한다.

고독사 예방과 함께 고독사 이후에도 존엄한 죽음이 되도록 전국 최초로 ‘공영장례’를 지원한다. 화장 지원 등 시신처리 위주의 기존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추모‧애도의 기간을 거치고 존엄한 영면에 들 수 있도록 공공이 빈소와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3대 분야 8개 과제의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와 작년 3개 지역에서 실시한 시범사업(사회적 고립가구 관계맺기‧지원) 결과를 토대로 하고 전문가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내 수립했다.

고독사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다가 홀로 임종을 맞이하고 일정기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단절과 고립으로 인한 죽음'이다. 사회적관계망(가족‧이웃 등) 단절, 빈곤, 실직, 질병, 정서적 문제 같이 원인이 복합적이고, 고독사 고위험군인 은둔형 1인가구의 경우 발견이나 방문 자체가 쉽지 않아 공공의 정책적 지원과 지역주민의 주도적인 관심과 노력이 결합한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 지역 1인‧2인가구는 전체(총 378만 가구)의 54%를 차지하며 과거 가족 중심 돌봄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망 이후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무연고사망자는 '13년 285건에서 '17년 366건으로 증가 추세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하는 고독사의 62%는 중장년층(45세~65세) 남성으로 나타났다.

3대 분야는 △사회적관계 형성 △맞춤형 공공서비스 지원 ③공영장례 도입‧지원으로 추진된다. 시는 우선 올해 18억 원을 투입하고 연차적으로 그 규모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첫째, 지역주민이 혼자 사는 주민들을 찾아가 살피고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이웃을 만들고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며 사회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 지역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통‧반장, 주민자치위원 등이 참여하는 ‘이웃살피미’ 주민모임이 주축이다.

시는 올해 17개 자치구 26개 지역을 선정해 ‘이웃살피미’가 구성‧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같은 주거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중장년 1인가구 실태조사(연 1회)를 실시해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웃살피미’는 지역별로 10명 내외로 구성되며, 반지하, 옥탑방, 임대아파트 등 가구특성에 맞는 방문‧응대 매뉴얼을 가지고 고립가구를 방문하게 된다. 특히, 낙인감이나 자존심 때문에 방문을 거부하는 1인가구에는 건강음료 배달 등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개개인의 건강‧위생 상태에 따라 밑반찬쿠폰이나 목욕쿠폰도 지원한다. 거동이 불편한 가구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움직임을 감지해 알려주는 ‘안부확인서비스’를 지원한다.

또, 병원, 약국, 집주인, 편의점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특이사항 발생시 동주민센터에 알리는 고독사 파수꾼 역할을 한다. 예컨대, 집주인은 세입자가 월세나 관리비 장기 체납하는 경우, 병원은 치료 중인 내원환자가 재방문하지 않는 경우, 약국은 복용약을 과도하게 구입하는 경우 같은 사례 발생시 동주민센터로 연락하는 방식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1인가구에게는 이웃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자조모임 같은 커뮤니티 활동과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세상 밖으로 나온 1인가구는 생계곤란, 질병, 실직, 은둔형 1인가구 등 각 그룹별 상황과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보건소, 시립병원, 50+재단 같은 서울시 내 복지 인프라가 중심이 된다.

먼저 고독사 위험에 있는 1인가구에게는 서울형 긴급복지 생계비를 현행 1회(30만 원)에서 최대 3회(90만 원)까지 확대 지원하고, 찾동 복지플래너가 방문상담 실시 후 필요시 사례관리로 연계해준다.

고독사의 39%가 알코올 중독, 우울증, 간경화, 당뇨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질병이 있는 1인가구에게는 정신건강검진, 만성질환 관리 같은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찾동 방문간호사 397명, 25개 보건소 및 9개 시립병원, 147개 정신의료기관 등이 연계 참여한다.

실직 등으로 인해 사회관계가 단절된 은둔형 중장년 1인가구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중심이 돼 일자리, 상담, 교육을 종합지원한다. 사회적응, 관계형성, 건강관리 등이 포함된 특화과정(1개 반, 60명)을 신설하고,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 마을택배, 운전 같은 보람일자리를 지원한다.

셋째, 공영장례서비스는 사회적 추모의 시간을 갖는 장례식을 공공이 보장해 누구나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서울시 공영장례조례」를 2018. 3. 22.에 제정·공포한다.

지원대상에는 시가 기존에 장제비를 지원하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차상위계층)까지 포함시켰다.

시는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가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마을장례를 시범추진하고, 공익캠페인과 연계해 유언장 작성이나 재산기부 등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공영장례서비스의 확대‧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영희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우리사회가 초핵가족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빈곤이나 건강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고독사가 증가 추세다”라며 “공공과 지역주민이 함께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끊어졌던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사회적 우정의 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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