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태 본지회장, 서울중앙에셋(주)대표이사
노경태 본지회장, 서울중앙에셋(주)대표이사

[서울복지신문] 요즘 ‘갈등’과 ‘비방’이 판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핵심 단어다. 기업의 노사갈등,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과 상대방 비방, 대기업 오너의 윤리의식 부족에 따른 갑질 행동 등 수없이 많은 갈등과 비방기사가 흘러넘친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는 과거 어느 때 보다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의 운명이 걸린 남북정상 회담이 열리고, 이어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 두 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가 열릴지, 전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릴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 성공적인 회담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경제는 경제대로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업률은 상승하고, 서민경제는 더욱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곳곳에서 갈등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정당한 것이고, 상대방이 하면 불륜이고 정당하지 못한 것인가? 어느 순간 우리 모두는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 공감하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思考) 하고 행동하는 자아의식으로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상생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 ​

미국의 부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유명한 ‘조나단 로빈슨’은 ‘이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라는 것은 무조건 그 쪽 의견에 동의하거나 당신이 틀리고 그 사람이 옳다고 말하라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입장, 그 사람이 옳다고 믿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귀 기울이고 받아 들이라는 것이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지는 못할망정 비난과 비방을 절제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 한나라 서한(西漢)시기에 문인 육기(陸機)가 쓴 탄서부(嘆逝賦)에 송무백열(松茂柏悅)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탄서부(嘆逝賦)는 육기가 나이 40대에 함께 벼슬에 있던 동료, 친척, 가족이 덧없이 사망하여 자기 주변에서 없어지는 것에 대한 인생의 허무함을 생각하며 쓴 시이다.​

신송무이백열(信松茂而柏悅) 차지분이혜탄(暛芝焚而惠嘆)에서 유래했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가 슬퍼한다” 는 뜻이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줄기가 꼿꼿한 침엽수종으로 하나가 무성하게 자라면 하나는 피해를 본다. 그러나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뻐한다는 것이다. 혜초는 여기서 난초를 의미한다.​

난초와 함께 맑고 은은한 향기를 가진 꽃이 바로 지초(芝草)라 불리는 지치다. 자연의 생태계에서 향기로 본다면 경쟁자이면서 친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가 슬퍼한다'라는 것은 친구가 안 좋은 상황에 놓이면 함께 슬퍼하고 위로 한다는 말이다.​

지초와 난초는 그 향기가 맑고 깊어서 이들의 기품을 함께하는 말이 바로 지란지교(芝蘭之交)라고 한다. 옛날 공자는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이는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라고 두터운 우정을 표현하였다. 해마다 많은 학자나 정치가들이 한 해의 방향을 결정하여 반성하고 일일신 우일신 (日日新又日新)하겠다고 송무백열(松茂柏悅)을 좌우명으로 즐겨 삼고 있지만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임비(YIMBY)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 뉴스에 자주 오르고 있다고 한다.​ 임비(Yes In My Backyard)는 우리가 잘아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의 반대 개념이다.​

“내 뒷마당에는 안돼”로 해석할 수 있는 님비는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주로 도시에서 특정시설의 유입에 따른 이해관계로 반대하는 현상이라면 , 임비(YIMBY) 는 그러한 시설들을 유치하여​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임비(YIMBY) 운동은 뉴욕과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부유한 지역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지역에 젊은 직장인과 저소득층, 소수인종을 위한 소형 공동주택을 지어주는 운동이다. 경제적 혜택을 나누어 함께 성장하자는 상생의 한 운동이다.​

이 운동의 결과 오히려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집값도 종종 오르고 있다고 하니 우리도 생각해 볼 일이다.​

송무백열(松茂柏悅)의 참 뜻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으로 생활해 보자. 어느 순간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익어 있지 않을까?​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하고, 인격은 운명을 좌우한다”고 말한 영국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의 말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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