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왕Qwon Sunwang,꿈의 진달래Azaleas of Dream, 50X72cm, Picture on Canvas, 2018
권순왕Qwon Sunwang,꿈의 진달래Azaleas of Dream, 50X72cm, Picture on Canvas, 2018

[서울복지신문] 5월의 한반도는 진달래가 지고 철쭉의 계절로 온 산하가 붉게 초록과 함께 물든다. 진달래는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피어 분홍빛이 은은한 아름다운 꽃이다. 바람과 함께 우리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리랑 같은 꽃이다.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 북 정상회담 이후 외신들과 해외의 매체들은 한반도의 회담상황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의 평화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북미대화에 대한 예상과 그 이후의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진단까지 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북미 정상간 핵 버튼 설전 속에 위기의 한반도 전쟁설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남북 정상간의 판문점 만남의 장면은 모든 이들의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잠시 꿈같은 이상야릇한 감정까지 불러일으킨 초현실주의자의 콜라주 같았다. 콜라주(Collage)라는 기법은 프랑스어 Coller 풀로 붙이다라는 프랑스 말에서 유래했다. 20세기 초 입체주의 화가 브라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피카소에 의해 더욱 확장되었고 큐비즘을 공고히 하고 다다이스트들이 즐겼으며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는 미술기법으로 당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수백년간 이어져 온 단 하나의 시점을 붕괴시켰다는 점에서 전통과의 단절을 예고한 사건이었으며 새로운 세기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신문지등 종이를 붙인다는 의미의 파피에 콜레, 사진을 절연하며 만드는 포토 콜라주, 사진으로 현실을 조직한다는 포토 몽타주 등 콜라주는 또 하나의 뇌리에 프린트 되어왔던 무의식이 현실의 실존을 이미지로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 콜라주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미술가들에게 오늘날까지도 각광받고 있다. 심지어 뉴미디어의 발달로 콜라주는 증강현실 등 새로운 시각예술의 지평으로 전개 되고 있다.

위의 작품 <꿈의 진달래>는 북쪽의 자작나무에 진달래를 병치시킨 그림이다. 이것은 백두산 근처에나 있을 법한 관념의 눈 속 자작나무와 진달래를 이음매 없이 배열한 감각의 콜라주다. 이러한 배치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풍경이다. 위의 자작나무는 추운지방 산중에 무리를 이루거나 독립적으로 서늘한 바람과 마주 서 있는 풍경에서 관찰된 나무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자작나무는 진달래와 대비적이다. 이러한 두 가지 다른 조건의 자작나무와 진달래의 하모니는 고고함 보다는 나그네를 무심히 반기는 길동무의 바람 같은 숨결과 마주한 이미지들의 몽타주다. 이들은 이 땅의 진실을 묵묵히 이겨낸 추운 지역의 동무들 같다. 진달래는 이른 봄에 우리 산하에 봄을 알린다. 나뭇잎이 나오기 전에 나뭇가지에 피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죽어 있던 것처럼 보이던 나뭇가지에 핀 분홍색 꽃잎은 지난겨울을 잘 이겨내고 때가 되면 꽃으로서 흔들리는 색으로서 동시에 우리 산속 어딘가에서 바람에 나부낀다.

10년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던 장면으로부터 이제 과거와 다른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로 이어지는 북한의 비핵화 의제는 한반도의 새로운 이정표로 예고되고 있다. 북미회담을 남겨두고 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평화의 예감이 잠시 느끼는 환희가 아닐 것이다. 이제 오랜 70년의 겨울이 지나고 때가 되면 피고야마는 진달래처럼 한반도는 봄이 확실히 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그사이의 한국의 문재인은 이들을 붙이는 협상의 전략적 미디움을 자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아름답게 만든 하나의 정치예술처럼 보인다. 이것은 판문점에서 열린 얼어있던 남북한을 이어 붙이는 대륙회기의 콜라주다. 판문점이라는 이념의 오래된 판에서 펼쳐진 북한과 남한의 붙이기는 과거 오랫동안 각자 한 가지 시점으로 고정된, 단일한 원근법과 단절할, 냉전체제가 분단의 세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의 판(Phan)과 같은 퍼포먼스였다.

이제 남북이 이끌어 내야할 대륙을 향한 고속철도는 우리가 그동안 그려왔던 오랜 꿈이 현실로 될 콜라주들이다. 이것은 오랫동안 뇌리에 인쇄해 왔던 강박적 평화의 무의식이 현실에 나타난, 아름다운 섬과 대륙을 잇는 콜라주가 될 것이다. 위 작품에 진달래는 풍계리나 영변의 약산 자락 어딘가 에서도 마주할 진달래다.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대륙을 지나며 바라볼 자작나무숲의 풍경은 우리 앞에 펼쳐질 광경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철쭉꽃은 여전히 진달래로 보이는 착시를 주기도 한다. 그만큼 지난 판문점의 세기적 만남의 감동은 봄을 알리는 진달래꽃이 만발한 한반도 풍경의 향기로 여전히 진한 여운으로 배어 있다. 나는 한반도에 진달래가 나부끼는 평화의 기운을 보았다. 이제 분단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우리나라를 꿈꾸며 분명 가까운 미래에 통일은 온다고 믿는다. 자작나무 앞에 이어붙인 ‘꿈의 진달래’는 추웠던 자작나무 앞에 분명히 피어나고 있다. 마른가지에 꽃이 피어나듯 낯설지만 익숙한 그들과의 연대감은 같은 민족이 느끼는 화해의 눈물이었다.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초빙교수 권 순 왕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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