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태 본지회장, 서울중앙에셋(주)대표이사
노경태 본지회장, 서울중앙에셋(주)대표이사

[서울복지신문] 지난 20일 타계한 화담(和談)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5년간 LG그룹을 이끌며 재계서열 4위까지 끌어올린 국내 굴지의 재벌회장이었다. 돈과 권력을 소유한 한 대기업의 회장으로써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게 봉분과 상석, 비석도 없이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간 그의 생애를 보면서 우리사회에 작지 않은 울림과 크나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필자도 경제계의 큰 별이면서 우리사회 지도층의 귀감으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신 구본무 회장이 평안하게 영면하시기를 기도해 본다.

그의 생애는 우리 사회지도층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실천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기업 오너였다. “남에게 항상 베풀고 살아라”라는 어머님의 뜻을 항상 가슴속에 새기며 실천에 옮기려 노력했다고 한다.

“세상이 마무리 각박해 지고 있어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의인(義人)에게 기업은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며 LG의인상을 만들어 지금까지 72명에게 의인상(義人賞)을 주었다.

직원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고 적자가 나도 “어렵다고 직원을 내보내면 안 된다”고 직원을 감원하지 않고 적자 나는 부서는 오히려 격려금을 주어 사기를 올려 주었다고 한다. 직원을 존중해 주고 배려하며 아끼는 인재경영은 그의 철칙 중 하나였다고 한다. 따라서 고인의 재임 중에는 한 건의 노사분규라는 것이 없었다. 기업과 직원과 사회의 상생모델인 것이다.

사회와 국민이 경제 및 사회지도층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에 인식하여 그는 모든 직원들에게 “기업은 국민과 사회로 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 “편법· 불법을 해야 1등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도 경영(正道經營)을 실천을 강조한 고인의 지론이다.

대한항공 물컵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현재까지 매주 직원들이 오너일가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면서 가면시위를 이어가고 일반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다. 협력업체에서 오너일가의 밀수품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압수 수색하여 트럭으로 운반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아직도 특권의식의 관념(觀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하면 우리는 통상 유럽선진국의 부호나 사회지도층 인사만 가능 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외국의 명문가는 이러한 도덕의식이 계층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존경 받는 수단으로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영국 왕실의 왕자들은 포클랜드,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였고, 6.25 한국전쟁 때에는 미군장성 아들 142명이 참전하여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고, 당시 미8군사령관 아들은 조종사로 참전하여 전사하고, 아이젠하워 아들도 소령으로 참전하였다. 또한 당시 중국의 지도자 모택동 아들도 6.25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하였으나 시신 수습을 포기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하면 경주 최부자 집을 떠올리게 된다.

경주 최부자 집은 신라 최치원의 시조인 경주 최씨 가문을 의미한다.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 300여 년간 부를 이룬 조선 최고의 부자였다. 최씨 가문이 처음부터 부의 나눔을 실천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승려가 그의 집을 방문하여 “재물은 거름과 같습니다. 재물을 나누면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움켜쥐면 썩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깨달음이 있어 이후 200년간 검소한 생활과 나눔을 실천하였다고 한다.

며칠 전 국세청은 일감몰아주기, 차명재산을 통한 편법 경영승계, 탈세, 해외재산도피,세금없는 부(富)의 세습 등 혐의가 있는 대기업 및 대 재산가 50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 했다고 발표 했다.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는 못할 망정 불법· 편법 부(富)의 형성, 해외 재산도피는 우리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 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는 250년에 걸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져진, 상류 사회의 사회적 책임문화가 살아 있다. 가진 것을 과시하지 않으며, 성공한 자의 사회 환원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돈보다는 인간의 품격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철강왕 카네기, 록펠러 부터 세계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 워런버핏 등 수많은 부자들이 자선사업 및 재산의 사회환원에 앞장서고 있다. 지도층의 이런 솔선수범 자세는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봉사를 영예로 여기는 불문율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이라는 나름대로의 경영철학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후원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블레스 노블리주 라기 보다는 내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나눔의 실천이다.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의무 뿐 아니라 많은 기업과 국민이 함께 나눔에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법규도 보완하여 나눔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도 필요 할 것이다.

한 세상 살면서 거머쥔 부(富)와 권력, 명예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 그게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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