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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왕의 세상읽기] 내일의 태양-아론나의 고원은 어디인가. 우리의 고원은 어디인가
권순왕  |  seoulbokj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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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7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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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왕 Qwon SunWang , 내일의 태양-아론Sun of tomorrow, Mixed media, Printish Apparatus, 160X130cm, 2016

[서울복지신문] 카르멘 치어스는 호주국적에 한국에서 미술실기를 가르치는 교수다. 처음 카르멘치어스를 만났을 때 그녀에게 내가 외국인이라면 나의 얼굴이 누구 같은지 어떤 이름일지 물어보았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론(Aaron) 같다고 답을 한다. 그녀로부터 Aaron의 뜻은 높은 산이라는 문자가 왔다. 아론! 우리말로 옮겼을 때 어감이 좋았다. 언어학자 페르디난드 드 소쉬르는 언어는 기호이며 기호는 기표와 기의를 갖는다고 했다. 기표를 문자라고 했을 때, 나의 외모에 의한 한글 이름의 번역된 기표는 그녀에게는 아론이다. 기표와 기의는 자의적 결합으로 기표와 기의는 본질적으로 상관이 없다. 기표에 대해 기의는 그 의미에 다다를 수 없다고 해서 자크 데리다는 기표가 기의에 다가가려면 미끄러진다라고 했다. 그러나 언어는 그 사람을 하나의 사회속에서 구조화 한다. 언어로 명명된 나의 이미지는 외국인이 보았을 때 아론으로 번역되었다. 내가 아는 아론의 기의는 이집트의 탄압을 받던 유대민족의 출애굽을 도왔던 구약시대 모세의 형이다. 모세를 도와 애굽을 탈출하였고 그후 자손들은 제사장과 선지자가 되었다. 출애굽의 아론은 말을 잘하는 이다. 그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 기도하러 간 동안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숭배를 하였고, 그 후 모세를 도와 출애굽을 하였다. 아론은 애굽을 탈출한뒤 약40년이 후른 뒤에 호르산에서 별세했다. 그는 젖과 꿀이 흐르는 언약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다.

히브리어의 어원을 둔 Aaron은 높은 산이다. 위 작품 <내일의 태양-Aaron>은 그림에 대한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아론의 어원인 고산은 나의 유토피아다. 고산지에 있는 고원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우리 민족의 고원은 어디인가. 분단되지 않은 땅의 고원 말이다. 5천년 이상의 역사에서 민족을 먹여온 광활하고 높은 대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 본 황혼의 들녘은 연무와 안개가 내려오는 풍경이다. 그곳은 우리민족이 살아온 잃어버린 땅이다. 벼와 보리와 밀이 자라는 흙이 있는 풍경을 떠올려 보자. 가물었던 마른 땅에 비가 내리던 해를 생각해보자. 갈라진 흙에 빗줄기가 내려 온 대지가 적셔진다. 소와 농부의 논 갈던 풍경을 떠 올려 보라. 그것은 아련하며 흐릿한 풍경의 개인적 기억이다.

어렸을 때 누구든지 문득 저 산 너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세계에 닿을 수 있는 풍경에 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곳은 산으로 가려진 풍경 너머의 풍경을 보고 싶었던 욕망이다. 나의 고원은 어디인가. 우리의 고원은 어디인가. 조선이 무너지고 망국의 한을 안았던 이국땅 태항산 무명용사들의 고원은 어디였던가. 오욕의 역사 가운데에서도 기회는 항상 있었다. 2차대전의 끝은 일본의 패망으로 종결 되었는데 왜 우리는 분단으로 지속 되는가. 우리 이념의 비극은 사라졌는가.

위 그림은 물감 속에 자동차 유리 파편이 붙여져 있다. 산업화의 상징, 근대화의 산물인 자동차 유리는 안료 속에 배열되어 잠들어 있다. 물감을 긁어 유리파편을 찾지 않는다면 이 오돌오돌한 돌기들의 정체는 알 수 없다. 나는 물감으로 화면을 채우기를 반복하였다. 그런 다음 송곳으로 긁거나 알 수 없는 행위들을 지속하였다. 그것은 땅바닥에 긋는 아이들의 장난이거나 밭이랑을 갈아 업는 농부들의 일과 같은 것으로 그려진 이미지다.

이 풍경은 우리 민족이 그리워하던 통일된 고원의 땅이며 평원이다. 반짝이며 상처로 얼룩진 현대사의 파편들은 덮여져 있다. 이 신록의 푸르름은 대륙으로 이어지는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이다. 이제 세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대가 되었다. 군부독재시절에는 해외여행도 금지되던 때이나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세계를 가며 세계를 본다. 동시에 세계는 우리를 본다.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폴에서 있었다. 지금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한다. 러시아 월드컵을 광화문광장에서 본다. 동아시아의 중심국은 이제 한반도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론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고 유대민족을 이끌었다. 지금 한반도에는 기회가 오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라는 언약을 우리 동포들에게 하는 것이다. 냉전시대에서 권좌에 있는 이들은 이념의 적대적 언어를 구사하며 그들의 권력을 유지 했다. 엊그제 노정객이 떠남으로서 그들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새로운 정부의 리더는 평화적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을 없을 것이다”라는 선언을 하였다. 그의 언어는 단지 수사로 그치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그것이 평화적 언약이다. 우리민족의 고원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이웃과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바쁜 사회를 성찰해야 한다. 이념 전쟁의 상처들은 이제 점점 역사속으로 멀어지고 있다. 과거 우리를 억눌렀던 36년의 치욕의 강박에서 탈출해야 한다. 6.25로 인한 동족상잔의 폐허와 아픔을 감싸고, 냉전의 잔재를 태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에게 아론은 힘의 논리로 억압하려던 근현대사에 있었던 시스템과의 결별을 뜻한다. Aaron은 높은 산을 뜻하며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평화의 이상향을 뜻하는 또 다른 약속의 이름이다.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초빙교수 권 순 왕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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