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태/ 본지 회장, 서울중앙에셋(주)대표이사
노경태/ 본지 회장, 서울중앙에셋(주)대표이사

[서울복지신문] 미국 엘라베마 주 엔터프라이즈에는 다음과 같은 공적비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목화를 갉아 먹었던 벌레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이 벌레는 우리에게 번역의 계기를 주었고 ‘하면 된다’는 신념을 주었다. 목화 벌레들이여, 다시 한 번 그대들의 노고에 감사를 바친다.”

어떻게 목화 벌레를 위한 공적비가 세워졌을까?

세계적으로 땅콩 생산지로 유명한 미국의 엘라베마 주는 원래는 목화가 주요 산업이었다. 목화밭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목화와 관련된 사업으로 많은 사람이 생업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895년 갑자기 목화밭에 바구미라는 벌레가 들끓게 되어 수없이 방재를 하였으나 바구미는 박멸되지 않고 목화 수확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많은 목화 농장들이 파산 직전에 몰리면서 실직과 도산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속출했고 엘라베마 주 경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에 주 정부와 농민들은 피해가 속출하는 목화를 전부 뽑아내고 땅콩과 감자,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엘라베마 주는 세계적인 땅콩 산지가 되었다. 그들이 목화 벌레를 위한 공적비까지 세운 이유는 곤경 속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가슴 속에 새기자는 것이었다.

국가는 국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여러 가지의 위기가 찾아온다. 우리는 항상 위기는 기회다고 말한다. 그저 그런 유명한 명언 같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증명되었다.

시대의 변화에서, 경제적 위기 속에서 위기를 위로 인식하여 빠르게 대처하면서 인식의 대전환을 한 기업이나 집단은 계속 생존하면서 발전하였고, 위기를 안이 하게 인식한 기업이나 집단은 파산하는 것을 보았다.

위기(危機)란 단어는 위험(危險)이란 말과 기회(機會)라는 말의 합성어다.

사전에 예견하지 못한 위기가 오는 순간 누구나 당황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위기로 인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철저한 반성과 자기성찰이 있어야 한다. 구차한 변명, 다른 곳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을 경우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 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지난 4일 아시아나 항공은 기내식 대란과 관련하여 대국민 공식사과 했다. “기내식 업체 변경과정에서 준비가 부족했다. 모두가 내 책임이다. 변명 할 생각이 없다”고 박삼구 회장이 사과의사를 밝히는가 했더니 느닷없이 뜬구름 같은 변명이 이어졌다. 대한항공에서 협조만 해줬어도 이번 기내식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대한항공의 비협조 때문에 일어났다는 식의 뉘앙스를 남겼다. 공식사과의 진정성을 의심 받게 하는 말이다. 차라리 사과를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항공사로써 선의의 경쟁대상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원리이다.

어려울 때 도와 줄 수 는 있지만 상대방이 협조를 안 해 주어 대란이 발생했다는 논리는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당장은 변명보다 솔직한 것이 당장은 손해를 볼지 몰라도 지나고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한번 변명하게 되면 계속 하게 되고 결국은 문제의 본질과 관계없는 좋지 못한 면까지도 표출하게 된다. 눈을 가리고 태양이 없다고 말하면 태양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가린 그 자신만이 밝은 태양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 항공은 오너가족들의 갑질과 횡령 배임 등의 사건으로 온 가족이 법의 심판대 앞에 서는 유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사의 불행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이런 와중에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딸을 계열사 임원으로 발령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여러분들이 좀 예쁘게 봐줬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시아나 직원들도 할로원 시위를 한다고 한다. 항공기가 불쌍해 보인다. 지금 우리사회의 변화 흐름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많은 청년들은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않고, 형평성이 없고, 평등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개혁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넘지 못하는 위기란 없습니다. 다만 그 위기를 어떻게 받아 드리고,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의 결정에서 시작 될 뿐입니다”고 말하였다.

기회는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위기도 내 탓이다. 남의 탓이 아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님이 늘 하시던 “내 탓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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