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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왕 세상읽기] 산책자늦가을에 느끼는 도심의 산책은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
권순왕  |  seoulbokj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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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30  16: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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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왕, 산책자Walker 1,116.7X91cm, Oil painting, 2017

[서울복지신문] 우리는 지속적인 감각적 물질의 속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시선의 생명성이며 기억의 운동성이다. 숲에 갔을 때 이러한 기억 작용은 산책자의 시각적 순간과 함께 지속된다. 겨울의 문턱에 선 숲은 아직도 늦가을 옷을 입고 있다. 가까운 숲에 갔을 때 사람들의 걷는 소리와 멀리서 부르는 노랫소리가 메아리로 전해졌다. 이제 도시의 자연은 우리들의 역사와 함께 약동하고 또 다른 숨결을 준다. 산책길 숲의 나무와 함께 가을 이야기를 기억해 본다. 숲작은 길을 따라 중간에 있는 단풍나무가 절정에 이르러 빨갛고 은행잎들도 쌓여간다. 늦가을의 언덕에 한참 올라갔을 때 빨간 피라칸사스 열매들은 알알이 맺힌 사랑처럼 매달려 있다.

안산 언덕의 첫 번째 자락에 다다랐을 때 공기는 아주 시원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산책길 중간에 쉬어 숨을 고르며 좁은 길을 걷는다. 억새풀과 싸릿가지 사이에 거미줄에 매달린 잎들을 본다. 두서없이 초현실적으로 콜라주되어 매달려있는 우연들의 작품을 먹이인줄 아는지 거미가 내려온다. “인간은...언제나...야만상태에 있는데! 문명사회에서 나날이 벌어지는 충돌이나 분쟁에 비하면 숲과 들판의 분쟁이 무엇이겠는가?”(보들레르).

모든 것은 순간이다. 여기 붉고 노랗게 변해가는 잎들은 이제 다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은 새롭고도 오래된 것이다. 여기에 매달려 있거나 떨어진 잎들은 작년 나무들의 아류가 아니다. 이 수많은 잎들 중 하나를 주웠다. 이것은 선택된 잎이다. 나는 이 잎을 책갈피용으로 쓸지 편지지에 붙일지 생각하다가 판화용 밑그림으로 쓸 요량으로 주머니에 넣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었고 높았다. 새벽 이슬에 약간 젖어 있던 땅바닥은 이미 말라있어 아이들이 신발로 땅을 차면서 걸을 때마다 먼지가 날린다. 도시의 숲은 이제 조용하지 않다. 허리춤에 라디오 같은 것을 매달고 산을 오르는 이도 있다. 노랫가락도 오래된 옛 노래를 그렇게 크게 말이다. 첫 번째 봉우리에 당도했을 때 인왕산의 절경은 아래쪽 아파트들과 함께 서 있다. 이제 빌딩들이 산보다 높을 기세다. 도시의 숲은 부분적으로 낙엽비처럼 내려와 쌀쌀하게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곳도 있다.

산을 내려올 즈음에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숲을 보는 것은 무심한 공간에 혼자 놓일 때 더욱 깊어진다. 이 나무들은 도시의 시간과는 무관하게 그냥 곧게들 서 있다. 숲길 사이사이 빛이 강하게 들어온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자란 담쟁이 넝쿨 같은 다른 것들도 있는데 기댈 곳을 찾아 서로 엉켜 붙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람들 무리들이 오면 한쪽에 서서 지나가길 기다린다.

보들레르는 “완벽한 산책자에게 있어 수많은 사람들 속에, 물결처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한가운데 거처를 마련한다는 것은 무한한 기쁨이다.”라고 했다. 색색이 물든 나무들과 찬란한 빛들을 대도시속의 도서관이다. 늦가을에 느끼는 도심의 산책은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고 인생의 소박한 꿈을 즐기는 것이다.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초빙교수 권 순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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