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과 주민과의 대화'에서 주민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사진
'구청장과 주민과의 대화'에서 주민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사진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지난 6일 오후 1시40분 은평뉴타운마고정동부센트레빌 3단지 '두구두근 작은도서관'에 모인 30여명의 아파트단지 주민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고무풍선의 팽팽함이랄까. 유독 눈에 띄게 행동을 하는 한 주민이 목청을 돋궜다.

"우리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쓰레기장이나 짓지 말라고요!"

쓰레기장? 아파트 단지 내 몇몇 거치된 현수막에 '큰 쓰레기장'이란 글이 연상됐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빗대서 하는 말쯤으로 이해됐다.

그렇다면 은평구청이 5개월여 넘게 펼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의 필요성에 대한 구민 상대의 홍보와 계도가 이곳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일까.

이에 또 다른 주민이 나서서 "오늘 이 시간은 구청장과 우리 마고정3단지 주민과의 대화 시간이니 들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나가달라", "이곳 주민이 아닌 사람은 나가라"고 맞대응했다.

양보 없는 실랑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들어섰다. 오후 2시 '구청장과 주민과의 대화'는 그러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김 구청장은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들의 불편사항을 직접 듣고, 좋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간인 만큼 격의 없는 소통의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 30여명 가운데 3, 4명은 작심한 듯 자원순환센터 건립의 반대 입장을 쏟아냈다.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라면 녹음해도 되겠느냐. 녹음하겠다", "거짓말해서 신고하면 옷 벗을 수 있지요?"라는 등 거친 말이 나왔다.

은평구청에 대한 신뢰감 상실 탓인지, 아니면 구청직원의 표현대로 잘못된 정보 탓인지, 일부 주민은 아예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마치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심사 같았다. 한 구청 담당직원은 “은백투(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백지화투쟁위원회) ‘엄마맘카페’는 거짓이 많으니 우리말을 들어보라”고 당부했다.

대화가 엇박자를 내면서 김 구청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왔다.

“수색에 대해 한 일 없습니다. 진관동에 한옥마을 들어오고 한국문학관, 성모병원 등 진관동에 문화시설 지원을 다 했지만 수색 위해 일한 것 없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일을 하고 있으니 도와주십시오. 비용이나 장소 등을 봤을 때 광역자원순환센터가 다른 지역으로 갈수 없습니다. 설계단계부터 주민여러분과 논의하고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구청장이 거짓말 하겠습니까? 도와주십시오.”

광역자윈순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희자 된 '수색이 적지인데도 그곳에 구청장 집이 있어 진관동에 지으려고 한다' 라는 말에 대한 김 구청장의 답변이다.

김미경 구청장이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의 적정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미경 구청장이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의 적정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수색재활용집하장은 개발제한구역이다. 자연녹지지역으로 20퍼센트만 질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땅을 은평구청에서 매입한다는 것은 어렵다. 돈으로 따져도 그렇다"며 "수색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지역도 타당성조사를 했을 때 진관동만한 곳이 없어 국무총리실, 환경부, 서울시, 은평구의회와 최종 합의를 거쳐 이곳에 추진하게 됐다"며 "전임 김우영 구청장이 반지하로 짓겠다는 시설을 제가 완전지하화 하겠다고 공약하고, 그 계획을 주민 여러분들이 승낙 해 구청장으로 일하게 된 것 아니냐"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이어 "2000년부터 합법적으로 결정해서 순리대로 이행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이곳에 건립하겠다고 이미 3번에 걸쳐 결정했다. 제가 이곳에 짓겠다고 했다는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구청장과 직원들의 답변과 설명이 이어지는데도 "왜 쓰레기를 진관동에 다 밀어넣느냐?", "창림천 옆인데 왜 짓느냐", “완전지하화해서 그 위에 체육시걸 대신 구청을 지면 될 것 아니냐”, “플라스틱 압축 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은 어떻게 할 것이냐”, “청소차 매연과 미세먼지는 어쩌려고 그러느냐”, “집값 떨이진다. 공기 질 저하돼 건강 해치게 되니 2만가구가 목숨 걸고 막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주민은 20여분 동안 주장을 펼치고 나서 구청직원이 답변을 하려고 하자 "이해 못해요. 우리 얘기만 들으세요"라며 "여러분들은 지금 속고 있다"고 항의했다.

구청 담당직원이 “아파트에서 시설까지는 최소한 900미터가 되고, 특히 소각장 매립장은 환경영향평가 해야 하는데 이곳은 재활용장으로 평가받지 않을 정도로 안전시설이다. 또한 폐수가 창림천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구조상 말이 안 된다”고 하자 “안 지을 것이니 거기에 대한 답변 하지마세요”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아파트 단지 대표자라는 한 주민은 “2000년부터 구청장이 여럿 교체되면서도 이어져온 사항이다. 주민대표들이 당시 전 김우영 구청장에게 반지화로 시설화하겠다는 확약을 들었고 주민 편익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시 김미경 후보 등 다른 구청장 후보들에게도 공약하도록 요청했다”며  “지하근무 하려면 최첨단시설을 갖춰야 하는 만큼 주민들의 건강에도 이상이 없도록 지어달라고 절박한 심정으로 챙겼다”고 말했다.

2008년에 입주했다는 한 주민은 “아직 설계도 안했는데 반대가 심하니 진관동의 위상이 추락되고 있다. 설계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한다고 했으니 구청의 진행상황을 보자”며 “이 자리에 계시 여러분이 57000명 주민의 대표가 아니지 않느냐. 여러분에게 호소한다. 급한 게 뭔지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라는 야유가 터졌다.

한편, 이날 ‘주민과의 대화’는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관련 질의문답 2시간여를 포함해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주민들은 김 구청장에게 “은평다목적체육관 이용편의를 위해서 특정인이 아닌 구민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치해달라”, “박석고개 심각한 교통난 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는 등 불편사항을 건의 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은평구의 주간보호센터는 타구에 비해 많은 7개소이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 장애인 수도 많아서 시설이 부족해 타 구로 다니고 있다”며 “특히 뇌병변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해 달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우리구 장애인 가족 구성원이 안심하고 중증장애인들도 사회·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인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빠른 시일 내 주간보호센터 설립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단기적으로는 사회복지시설들을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 시설들을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진관천은 주민들의 휴식 및 산책 공간이자, 소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야관문 식재, 버드나무를 비롯한 해충기피 식물을 무조건 베어버리는 것이 아닌 관리가 필요하다며 “실개천 산책로를 명물화해 은평의 대표적인 명소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구파발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동체 활성화 방안 등이 제기됐다.

‘주민과의 대화’ 현장을 나서면서 기우가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감을 느꼈다. 그리고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둘러싼 오랜 줄다리기의 승자는 결국 은평구민 모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선 대화 중에도 김 구청장의 포용적 설득이 반대 주민의 마음을 서서히 녹이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이 아파트 외벽에 거치한 '큰 쓰레기장 결사반대'현수막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이 아파트 외벽에 거치한 '큰 쓰레기장 결사반대'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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