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공공일자리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총 800개 창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사진
박원순 시장은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공공일자리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총 800개 창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사진

[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 박원순 시장은 2019년의 화두로 사람을 강조했다. 개발과 성장에 매몰돼 있던 서울을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보장된 사람특별시로 바꾸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로부터 4개월 남짓 지난 지금,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추진한 제로페이 사업 가맹점이 10만호를 돌파하는 등 사람 중심에서 출발한 역점사업들이 차근차근 성과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복지신문과의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박 시장은 시민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장애와 비 장애의 경계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인인 서울을 만들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전했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민선7기 취임 후 서울시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기억에 남는 일화나 사업성과가 있다면?

서울은 현재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시민이란 사실도 명확하게 하고 싶다. 민선7기를 시작하면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의 완성을 약속했다. 사람이야말로 변화의 가장 큰 에너지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3년 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발달장애인 단체가 지원을 요구하며, 42일 간 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한 일이 있었다. 직접 농성장을 찾아 발달장애인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절절한 사연을 듣게 됐다. '자식이 죽은 그 다음날 죽는 것이 꿈'이라는 부모님들의 절실함이 계기가 되어 TF를 꾸리고 지원 방안을 만들어 합의할 수 있었다. 이는 변화의 시작이자 갈등의 매듭을 풀게 한 일화로, 지금까지도 발달장애인 가족들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의 돌출행동 때문에 외출 한 번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항공사와 연계해 제주도로 가는 전세기 비행기를 띄웠고, 평소 비장애인들과 섞여 편히 영화를 보기 힘든 가족들을 위해 영화관 한 편을 통째로 빌려 '채비'라는 영화를 함께 보기도 했다. 앞으로도 신체의 장애가 삶의 장애가 되지 않는 진정한 사람특별시를 완성해 갈 것이다.

Q. 올해 서울시 예산이 35조를 넘는다. 역대 최대로 예산을 책정한 이유와 어떤 사업에 중점적으로 쓰이는지.

최우선순위는 민생이다. 비상경고등이 켜진 지금, 지금껏 없었던 최대 규모 살림으로 예산의 효용이 온전히 시민의 호주머니로 돌아가도록 할 생각이다. 또 7년 간 축적해 온 혁신과 변화의 토대 위에서 시민 개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함께 지겠다는 각오를 담기도 했다.

특별히 복지 예산은 11조가 넘는 역대 최고의 금액을 확보했다. 민생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투자이자 직간접적인 사람 투자를 위해서다. 장애인 복지에 투입되는 비용도 지난해보다 13% 이상 증액했다. 늘어난 만큼 장애가 있는 사람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

Q. 경기 침체와 불황이 지속되면서 어려워하는 시민들에게 삶의 무게를 함께 질 대책은 무엇인가?

어려울수록 사람에게 투자하고 사람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민선7기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경제를 살리는 박원순의 10가지 생각'의 핵심도 결국은 사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시민 여러분들의 어려움에 주목하고 사람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투자할 것이다. 핵심은 '혁신창업'과 '혁신경제'다. 미국에서 탄생한 애플, 페이스북의 신화가 서울에서는 불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있다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

이밖에도 홍릉, 양재 등 6대 융합 신산업거점을 육성하고 현재 40개의 창업시설도 100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할 것이다. 아울러 절망에 빠진 서울 69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구체적으로는 △제로페이 △유급병가 △고용보험 안전망으로 실질적 고통을 줄일 것이다.

Q. 남북올림픽 개폐막을 평양과 동시에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남측에서만 3조가 필요하다는 추산인데 올림픽 개최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서울과 평양은 평화의 협력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의 시금석 역할을 했듯이 '2032 서울-평창 하계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의 종착점이 될 수 있다. 현재 구체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올림픽 기본계획과 타당성 조사 용역을 거쳐야 하겠지만 실제로 한반도 통일의 발판이 된다면 분명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 서울-평양 하계올림픽은 장애인 복지, 인권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1988년 서울 하계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한 도시에서 열린 모던 패럴림픽의 시초다. 2032 서울-평양 패럴림픽이 성사되면 세계 최초, 동일한 도시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하계 패럴림픽이 된다.

올림픽 개최에 소요될 예산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8올림픽의 유산인 기존 경기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타시도의 경기장을 쓸 계획도 있다. 올림픽 유치까지 논의해야 할 사항도,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하지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장애인 인권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복지 정책들이 대부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어떤가. 또 자랑할 만한 사업이 있는가.

복지는 시혜도, 낭비도 아니다. 시민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건강한 미래를 담보할 기초 투자다. 그동안 서울은 △복지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며 전국으로 확산 중인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아동 3명 중 1명이 이용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청년의 시간과 기회에 투자하는 '청년 수당' △역대 최고 수준의 공급률을 달성하며 전성시대를 열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등 생활 밀착형 복지 혁신을 이루고 있다.

특히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로 대표하는 복지 정책들은 시민이 손을 내밀기 전 먼저 고통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예방 복지 차원에서 인정받으며 그동안 외면 받고 방치돼 있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Q. 모든 장애의 문제는 국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뒷받침할 만한 장애인 관련 복지 사업이 있을까?

장애인 정책의 최종 지향점은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지역주민이 벽을 두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다. 이를 위해 먼저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때문에 △주거 △일자리 △문화 등 장애인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정서적, 물리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방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장애인의 탈(脫) 시설화'. 먼저 시설에서 독립한 후에도 불편 없이 생활하려면 장애가 있는 시민의 일상을 고려한 주거 공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해서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70호를 추가 공급해 주거자립의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자립정착금과 전세보증금도 지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장애인들의 활동지원 서비스 기간을 퇴소 후 1년 간 월 30시간에서 2년 간 월 50시간으로 확대할 것이며 일자리 또한 교육부터 고용, 알선은 물론 생산품 판매에 이르는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며 장애 정도나 특성까지 고려한 '맞춤형 지원'까지 집행할 방침이다.

Q. 2017년 9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향후 달라지는 개선점 등은 어떤 것이 있는가.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약 23만 명, 그 중 3만 명이 서울에 거주 중이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발달장애인을 쉽게 마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집이나 시설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함에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조금씩 바꿔보려고 한다. 먼저 올 해는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가 본격화된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추진하는데 월 기본 88시간을 연간 280명에게 지원한다. 정부 사업 대상에서 누락된 132명의 경우에도 시비 13억 원을 투입해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이로서 학교를 졸업한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통합을 위한 준비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공공일자리를 처음으로 신설한다. △사서보조 △공공자전거 따릉이 △세척업무 등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총 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끝으로 발달장애인의 교육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와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올 해 20개소, 내년에는 전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이 마음껏 책을 읽고 학습할 수 있는 '시끄러운 도서관'도 은평, 마포, 송파 등 6곳에 개관해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Q. 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눈에 보이는 장애가 삶의 장애물이 되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시민 여러분들의 바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인생의 유일한 장애는 나쁜 마음뿐이다"는 말처럼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무장애 도시'가 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그러나 함께라면 달라질 수 있다.

장애인 여러분들의 시선에서 도시 전체를 새롭게 바라보며 긍정적인 변화의 발판을 넓혀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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