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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나무 아래에서] 좀 더디면 어떻습니까?모든 노력에 보상이 따른다는 공식에는 오류가 많다
노경태  |  seoulbokj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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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4  09: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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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태 본지 회장·서울중앙에셋(주)대표

[서울복지신문] 지난 주말에는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지만 어쨌든 충전이 좀 필요했습니다. 책을 좀 볼까 해서 서점에 들렀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웃음도 나고, 속이 좀 궁금한 에세이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오늘은 그 책의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옛날 옛날에 바다 한 가운데서 남자와 여자가 만났답니다. 그것도 배 위가 아닌 컴컴한 물속에서 말이죠. 남자는 튜브 하나에 의지한 채 여유롭게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었고 여자는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며 주변 섬을 찾아 헤엄을 쳤죠. 떠나기 전 남자에게 “함께 갈 생각이 있느냐, 여기에 있음 분명 죽게 될 것”이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거절했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은 맥주 집에서 재회를 합니다. 반갑게 인사하는 남자를 본 여자는 몹시 화가 났어요. 분명 죽은 줄 알았던 남자가 살아있었기 때문이죠. 자신은 열심히 헤엄친 대가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죽기를 작정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남자와 같은 결과를 얻었으니 이 얼마나 허무하고 배신당한 기분이었을까요? 자신이 얻은 것은 노력으로 받은 보상이지만 가만있던 남자가 얻은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괴로웠던 거예요.

저자는 두 사람 모두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열심히 헤엄쳐서 외딴섬을 발견한 것은 여자의 행운이고, 바다 한 가운데 표류돼 있다 구조선을 만난 남자도 천운이 따른 것이죠. 꼭 노력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공식은 이렇게 변수가 많답니다.

그렇듯 삶의 정점에 비교라는 것이 들어오면 참 많이 힘들어집니다. 나는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고작 이정도고 누구는 가만있는 것 같은데 많은걸 가져가는 것 같고 속이 상합니다. 또 분명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뭔가 대단히 속은 것 같고 잘못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요. 보상은 언제나 노력한 양과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더라는 겁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그렇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결과에 집중하는 삶은 억울할 수 있다고 말예요. 노력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한 것에는 후회도, 비교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난 반드시 보상을 얻게 될 거야’라고 기대하는 순간, 원하는 것을 손에 쥐지 못하면 패배자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절망하며 좌절하게 되니까요.

자 생각해봅시다. 반대로 뜻하지 않게 얻게 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예상치도 못하게 큰 선물을 받게 되거나 일이 술술 풀리고 의도한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었을 거예요. 얻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리는 것이 있고 그래서 인생은 ‘무(無)’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언젠가 술에 취해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0)야”라고 소리치던 친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맞습니다..

그러니 너무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걷는 과정에 재미를 좀 붙여보시죠. 한 번 사는 세상, 주변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좀 보면서 적당히 숨고르기를 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뛸 때 걷는 사람을 어리석게 보는 세상이지만 사실 좀 느리면 어떻습니까? 좀 더디면 어떻습니까? 행복하면 그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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