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설민 파티마의원장, 의학박사, 칼럼니스트
남궁설민 파티마의원장, 의학박사, 칼럼니스트

[서울복지신문] 언젠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엘리슨 래퍼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팔은 아예 없고 뭉툭한 발이 몸통에 붙어 있는 기이한 외모로 태어났음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훌륭한 인생을 사는 그녀가 우리를 더 감동시킨 것은 아이를 낳아 잘 길러냈다는 것이다.

손이 없는 대신 입으로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입힌 그녀의 놀라운 육아기는 몸이 멀쩡해도 출산과 육아가 어렵다고 아기 낳기를 기피하는 요즘 여성들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녀가 아기를 낳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고 한다. 어떻게 키울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법이다.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키운 아이는 지금 정말 예쁘고 건강한 소년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녀처럼 강인하긴 어렵지만 우리 여성들은 정말 유약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한 것 같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육아가 훨씬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적인 문제보다는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에 대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여성이 적어졌다는 것이 더 문제다. 돈이 많아야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도 그렇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까지 이루려는 성취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최근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나와 모두가 놀랐다. 이대로는 우리 미래가 큰일이다.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자녀가 없는 것이 웰빙라이프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있으면 시끄럽고,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데다 자녀가 노후를 책임져 주지도 않는데 뭐 하러 낳나, 그냥 둘이서 즐겁고 편안하게 살면 되지라는 식이다.

편하고 책임 없는 삶만이 웰빙은 아니다. 사람은 자녀를 키워봐야 인생을 안다. 비록 시끄럽고, 속 썩이고, 돈도 들고, 내 노후를 책임 못 져도 자녀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삶의 속살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자녀를 통해 내 교만을 깨닫고 자녀의 잘못을 통해 내 잘못을 보게 되는 것도 아이를 낳아봐야 경험할 수 있는 일이며, 부모의 땀과 눈물과 기도가 밑거름이 되어 성장한 자녀를 보는 것도 아이가 가져다주는 열매다.

자녀를 키우는데 드는 돈으로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집에 살며 더 자유롭게 즐기는 인생은, 꽃은 화려한데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와 같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중에 하나가 ‘생육하고 번성하라’이다. 이건 많이 낳고 잘 키워 자손을 풍성하게 만들라는 말이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물었다. “애들아. 토끼가 왜 새끼를 많이 낳는지 아니?” 그러자 손을 든 한 아이가 대답했다. “토끼는 텔레비전이 없잖아요.”

인간은 밤늦게 TV를 보느라 아이 만들 시간이 없다는 유머지만 일리 있는 얘기다. TV는 물질적인 가치관, 이기적인 가치관을 계속 전해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도록 이바지한 힘이 크다.

아는 사람 중에 아홉 명의 자녀 중에 다섯째로 태어나 자란 남자가 있다. 그는 자라면서 부모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어느 때는 가출도 해봤다. 그런데 하도 찾는 기미가 없어서 전화를 하니 집에서는 그가 가출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김이 빠진 그는 제풀에 지쳐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판 ‘나 홀로 집에’ 인 셈이다. 그러나 과외공부는커녕 등록금 대기도 바빴던 아홉 명의 자녀들은 지금 많은 돈을 들여 키운 자녀보다 더 훌륭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돈이 없다고? 일을 해야 한다고? 힘들다고?

중증 장애인으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화가로 성공한 엘리슨 래퍼가 키운 아이가 이 모든 변명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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