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성의 첫 월경은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여성의 첫 월경은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다 
[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 하체마비 장애를 가진 지선(가명,14살)이가 올해 초 월경을 시작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본 줄 알았는데 피인 것을 확인하고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딸의 첫 월경을 마주한 엄마는 수술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 매 달마다 일주일 동안 시시때때로 생리대를 갈아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아예 자궁 적출 수술을 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애를 낳을 것도 아니니 자궁이 없어도 상관없지 않느냐며 말이다. ‘나의 성(性 )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싶지만 매번 용변 뒤처리로 고생하는 엄마에게 더는 부담을 줄 수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거부할 용기도 면목도 선택권도 없다.

장애 여성들의 대다수는 월경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수치스러운 것’, ‘불편한 것’, ‘숨기고 싶은 것’등. 왜냐하면 그들은 생리가 시작되면 산부인과에서 멈추게 하는 수술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장애 여성의 월경은 처리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고 새삼스러운 불청객이다. 또한 장애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가족과 주변인의 부정적인 시선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여성의 첫 월경은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축복받아야 할 변화에 버젓이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장애 여성을 배려하는 생리용품도 없다. ‘팬티형 생리대’를 차고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해야 하는 장애 여성을 상상해 보자. 땀이 차 찝찝한 상태로 버텨야 하며 자궁 건강에도 결코 좋지 않다. 그나마 대안이라고 떠오르는 것이 ‘탐폰’이나 ‘생리 컵’등인데 질 내에 삽입해야 하는 제품이라 장애를 가진 여성이 혼자 사용하거나 활동 보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비장애 여성을 위한 월경용품은 나날이 진보하는 와중에 장애 여성을 위한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생리대 제조 기업들은 ‘순수하다’, ‘깨끗하다’등의 광고를 선전하기보다 장애 여성을 위한 제품 개발에 힘써주길 바라는 바다.

끝으로 생리를 처음 마주하는 청소년 장애 여성들에게 적절한 월경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월경의 의미, 증상, 생리통, 위생, 처리 방식 등을 장애 유형에 따라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꾸준히 알려줘야 한다.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여성으로서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변화라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에 대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만 올바른 성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

비장애 여성과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시대에 따라 올바르게 정립되듯 장애 여성의 성과 사랑, 월경도 당당하게 말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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