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주택 앞 차를 대던 공간은 녹색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단속 지역이 됐다
다세대주택 앞 차를 대던 공간은 녹색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단속 지역이 됐다

[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 분통을 늘어놨다. 서울복지신문사로 제보한 ‘서울 은평구 응암로 28길’ 거주자 A씨는 지난 한달 사이 불법주정차 단속 스티커만 6차례를 받았다. 그 중 견인도 1건 포함됐다. 지불한 벌금은 액수로만 따지면 자그마치 34만 원에 달한다. 

불법주정차 단속은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지만 특별한 대안 없이 무작정 단속만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거주민이 늘고 있다. 은평구는 특히 주차 공간이 부족한 지자체 중 하나로 꼽힌다. 취재를 위해 A씨가 제보한 응암로 28길을 직접 찾아가 봤다.

이곳 일대는 본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곳이었으나 ‘백련산SK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주택 앞 좁았던 골목은 왕복 2차선 도로로 변모했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됐다. 더군다나 늘 차를 대던 공간은 녹색 보호지역으로 바뀌어 주정차할 경우 여지없이 스티커가 발부된다. 기존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구민들은 하루아침에 차 댈 곳을 잃었고 주변 어디에도 공용 주차장도 없는 상태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재 도로 위 갓길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 17일 응암로 28길 일대 오전 10시 상황, 도로 위 주정차된 차들
   
▲ 22일 오후 10시, 차댈 곳이 없어 길가 양쪽에 방치하다시피한 거주민들 차량. "차를 이고 잘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항변이 잇따르고 있다

거주자 A씨는 서울복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문제없이 주차가 가능했던 곳이었다”며 “주차할 공간도, 대안도 전무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스티커만 밤 낮 없이 발부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분노했다. 이어 “불법주정차 단속을 용인해달라는 뜻은 아니지만 지역 특성 상 늦은 밤과 아침을 제외한 시간대 단속을 하거나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의 행정서비스, 주거복지 방안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복지신문은 은평구청에 대책을 물었다. 주차관리과 담당 주무관에게 정식 취재를 요청했으나 인터뷰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크다는 이유로 거절 통보를 받았다. 통화로나마 현 상황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구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난감하다”며 “주차관리과에서는 단속 구간에 대해 계도 활동을 하는 것일 뿐, 도로를 일부 수정하거나 주차장을 임시로 만드는 부분에 관해서는 경찰청이나 타 관련 부서로 문의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은평구의회 B의원은 "불편을 겪는 주민들로부터 여러차례 민원이 제기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종합적인 해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이렇다할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주차 공간이 없어 과태료를 물고서라도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응암로 28길 거주자들과 민원이 있어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은평구청. 진퇴양난인 상황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가뜩이나 고달픈 경제상황에 '딱지값'까지 챙겨야 하는 주민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기본적인 주차 공간은 마련해주고 단속해야 한다는 말이 타당성 있게 들리는 이유다. 

이 일대에 거주하는 또 다른 구민 B씨는“밤늦은 시간까지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은 구청이 세수확보를 위한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생긴다”며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을 고려한다면 대안없이 '눈가리고 아옹'식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간에 동일하게 걸려있는 현수막 3개. 진퇴양난인 상황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구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구간에 동일하게 걸려있는 현수막 3개. 진퇴양난인 상황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구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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