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무대의 공연팀(오른쪽)과 구경하는 사람들(왼쪽) 모습
수변무대의 공연팀(오른쪽)과 구경하는 사람들(왼쪽) 모습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진해 벚꽃 축제가 취소됐습니다.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지역의 상인들까지 나서서 올해는 벚꽃 행사 폐지를 강력히 제기했습니다. 상춘객의 발길을 이끄는 행사가 열리면 코로나19로 바닥을 치고 있는 지역 경제를 끌어 올릴 수 있겠다는 기대심리도 있었겠으나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 고려한 고뇌의 결단입니다.

상인들은 더 나아가 "올해는 제발 벚꽃 구경하러 오시지 말라"고 절규하듯 당부합니다. 개인의 영리보다 공동의 유익을 위하고 다중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나선 것입니다.

송파구는 석촌호수 벚꽃 축제를 취소한데 이어 석촌호수마저 전면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아예 진출입로를 차단했습니다.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음달 1일 부터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차라리 원천봉쇄라도 해서 지역 간 감염을 막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서대문구 안산 벚꽃 축제도 과감히 접었습니다. "올해는 벚꽃 구경을 참아 달라"고 문석진 구청장까지 안산자락길을 돌면서 행락객을 설득하며 계도하고 있습니다.

은평구는 해마다 열던 불광천 벚꽃 축제를 취소한다고 공표했습니다.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아 구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돌보겠다는 고육지책입니다.

예년 같으면 상춘객 유치에 바쁠 지자체에서 각기 한 목소리로 벚꽃 구경을 이 계절에는 '참아 달라" "미뤄 달라"고 하소연 하고 있습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를 끝내자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6시50분 일요일을 맞아 불광천을 한가로이 거닐고 있는 주민들 틈새로 흥겨운 민요 가락이 옅은 어둠을 등지고 내리깔렸습니다. "얼씨구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대금 연주자 옆에서 덩실 춤을 추던 여자 진행자의 추임새에 수변무대 건너편에서 구경하던 30 여명이 박수를 보냅니다. 급조된 무대인 듯 백드롭 현수막이나 홍보게시물 하나 없었지만 벚꽃 소식에 불광천으로 나온 주민들의 시선을 잡아끌만한 호기어린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진행자는 "우리 흥겨움으로 코로나를 몰아냅시다"라고 말하지만 명쾌하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대여섯 영으로 구성된 공연자들은 코로나19로 상심한 주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겠다는 의도일수도 있겠으나 반면 아쉬움이 더 크게 마음을 짓누릅니다. 위쪽으로 길게 가로질러 걸려 있는 현수막이 그 아쉬움을 더하게 합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불광천 벚꽃축제 취소’라는 내용과 ‘불광천 방문시 마스크 착용 및 안전거리를 확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당부하는 글이 별개로 보입니다.

"뭣들 하는 거야? 코로나나 끝난 다음에 하지."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는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거닐던 40대 남자의 볼멘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 옆 임시로 폐쇄 된 ‘장기방’에서는 한 무리를 이룬 어르신들이 훈수와 함께 장기를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예방을 위한 불광천 장기방 운영중단’이라는 알림판이 영향력을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일입니다. 민관이 함께 절제와 양보라는 최상의 하모니를 이뤄 이생에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현 시국을 잘 넘겨야 할 것입니다. 팔짱 낀 구경자로는 코로나19를 잡을 수 없습니다. "나 하 나 쯤이야" 하는 안일무사주의는 모두를 어려운 상황으로 내몹니다. 아름답고 청아한 벚꽃을 내년, 그 이듬해에 만끽하기 위해서 오늘은 내 욕심을 내려놔야 합니다.

지금 내가 자발적 격리자라는 가짐에서 내가 먼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규칙에 복종해야 합니다. 그게 오늘 이 하루를 잘 살아내는 비결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절대적 가치입니다. 나도 살고 모두 다 잘 살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무대 오른쪽 위쪽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무대 오른쪽 위쪽에 걸려 있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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