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나는 기초 생활 수급자이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환자입니다. 그래서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불철주야 수고하는 경찰관들에게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민원인은 20장의 보건용 마스크와 직접 손으로 눌러 쓴 편지, 아몬드를 전달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사연을 듣자마자 지친 마음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맞습니다. 타인을 위한 희생과 봉사는 힘든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밖에도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려놓고 험지로 달려간 의료진과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드시면서도 생명줄 같은 자신의 수급비를 성금으로 보낸 어르신, 마스크 몇 장이라도 마음을 나누고픈 고사리 손길 등 어쩌면 내게도 곧 닥칠지 모르는 위험 앞에 두려움 없이 맞선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보며 희망을 느낍니다. 감사한 마음과 숙연한 마음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언제나 힘든 순간, 위기의 순간에 힘을 합해 이겨내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동체 정신에 깃든 사랑과 봉사, 희생 등과 같은 고귀한 마음이 합쳐진다면 아무리 무서운 바이러스라도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께서도 어쩌면 그동안 각박한 생활 속에 잠시 잊고 지냈던 이웃을 생각하라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우라고,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라고, 인간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더욱 겸손 하라고… 이렇게 큰 고통과 아픔을 경험하게 하신 것은 아닐지요. 미약한 인간인지라 신의 뜻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필자는 분명 이번 사태를 통해 신께서 깨닫게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필자 역시 사회적 거리 두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평범하게 누려 왔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동체 의식과 나누며 산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됐습니다. 악성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지구를 바라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연환경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지 깨닫게 됐습니다. 인류애와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유한합니다. 살고 싶다고 하여 영원히 살 수 없죠.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 동안,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고귀한 마음이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캄캄한 어둠을 깨고 새벽이 오는 것처럼, 쓰라린 추위를 뚫고 피어나는 봄꽃처럼, 머지않아 우리 모두에게도 따뜻한 빛이 찾아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서로를 경계하는 두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희생과 봉사를 통해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당신 또한 이미 마음을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답고 강한 당신께 이 순간 감사의 미소를 보냅니다. 또한, 봉사자의 희생이 또 다른 배려로 이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한 물결이 일어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끝으로 오늘도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지친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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