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설민/ 남궁설민 파티마의원장, 의학박사, 의학칼럼니스트
남궁설민/ 남궁설민 파티마의원장, 의학박사, 의학칼럼니스트

[서울복지신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은데 정신적인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실이 야속하게도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백신이 개발 중에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거나 누리는 것이 많으면 마음이 즐겁고 슬플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성공을 해도,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람들 중에도 우울증으로 고생한 이들이 적지 않다. 위대한 지도자였던 링컨 대통령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으며, 작가 헤밍웨이도 우울증으로 권총 자살을 택했다.

낙천적으로 보이는 처칠 수상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도 의외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것을 성공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자녀가 일류대학에 합격한 엄마나 높은 자리에 진급한 사람들이 걸리는 우울증이다. 물론 실패 우울증도 있다. 하는 일마다 안돼서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낙오자가 된 느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성공 우울증이든 실패 우울증이든 아니면 권태에서 오는 우울증이든 우울증 환자의 마음속에는 뻥 뚫린 공간이 있다. 아니, 사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 공간이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돈이나 성공, 사랑, 자녀, 미모, 인기, 지식 등으로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막상 그것들로 채워질 줄 알았던 공간이 채워지지 않으면 허탈해져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오는 산후 우울증이나 갱년기 우울증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마음의 공간이 채워지면 우울증은 없어진다. 얼굴이 예뻐지면 기분이 나아질까 해서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많은 돈을 들여 성형수술을 몇 차례 했는데도 여전히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여성들이 한둘이 아니다.

취미생활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고 운동을 해보라고 처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은 그런 것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근본적인 해결책도 되지 않는다.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속에 있는 빈 공간을 드러내어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항우울제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이런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심지어 자살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정신과에 가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교만한 사람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런 교만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 자신의 얘기를 쏟아놓을 수 있는 곳이 또 있는데 그건 자기 속에 있는 우울과 분노, 슬픔, 열등감 따위를 그대로 쏟아내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공동체다. 이건 수다의 차원이 아니라 고백의 차원이며, 카타르시스의 장이며,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모두가 상처투성이의 환자이기 때문에 서로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해서 상처가 낫고 우울증이 낫는다. 주변의 억압에서 벗어나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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