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며 과잉진압하는 백인 경찰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며 과잉진압하는 백인 경찰

[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 뜨거운 분노와 절규가 지구 반대편의 작은 도시 미니애폴리스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더 나아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백인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이 발단이 됐다.

시위대는 경찰에 대한 반감으로 약탈과 방화, 폭력 등 범죄 행위를 일삼으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피해를 한인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인 타운에 거주하는 A씨는 “LA폭동이 다시 떠오른다”며 “낮이고 밤이고 가릴 것 없이 가게를 망가뜨리고 물건을 훔치는 흑인들을 보며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가게 문을 연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폭동이라니 한인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는 이유다. 로라 전 한인회장은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흑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시위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시위대의 방화로 가게 전체가 불타버린 곳도 있고 폭행을 당해 크게 다친 사람들도 많다. 피해를 입은 상점과 주민을 돕고자 구호물품과 기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보다 근본적으로 시위가 평화롭게 전환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흑인들의 분노가 자칫 한국인에게 불똥이 튈까봐 염려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흑인 역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을 우려한 탓이다.

한인타운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시위대 모습
한인타운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시위대 모습

반면 미 당국은 약탈과 폭력 등 범죄를 일삼는 시위대를 폭도 혹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주(州) 방위군을 투입, 전투헬기까지 상공에 띄우는 강경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둑질이 시작되면 총질이 시작된다”는 말을 트위터에 띄우고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대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도 내놓은 상태. 이러한 대통령의 태도는 시위대는 물론 전 세계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도화선이 됐다. 일국의 수장으로서 인종 국가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일삼고 인종간의 혐오와 차별에 불을 질렀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한편 인터넷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차별에 분노한 시위대를 불의에 저항하는 ‘깬 시민’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온갖 범죄를 통해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은 가해자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플로이드의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평소 성품이 온화했고 죽기 직전까지도 경찰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단순히 용의자로 지목이 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에서 누군가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도 이 대목에 동의하는 것이며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또 다른 인종차별의 씨앗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흑인들의 분노가 동양인, 특히 한인에게로 번질 때 당초 시위대가 결속한 의미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복지신문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건강한 분노로 평화 시위가 지속되길,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 모두를 폭도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없이 자행돼 왔던 인종차별의 뿌리를 제거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만드는데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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