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 아저씨가직접 돌이끼를 닦으며 성북천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성북천 아저씨가직접 돌이끼를 닦으며 성북천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성북천 일대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지극정성으로 가꾸는 아저씨'가 있다. 그는 하루 일과를 성북천 바람마당에 조성한 '치유 화단'에 물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 싱그러운 화단을 가꾸는 일을 자처하고 나선다. 

치유 화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불편함, 불안함으로 시작된 다양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꽃밭이다. 이 곳에는 제주목향, 산앵도 등 관목류는 물론이고 천일홍, 델피니움과 같은 초화류 25종 모두 2700본이 심겨져 있다. 

일명 성북천 아저씨의 복장은 트레이닝 바지에 운동화 차림인데 도통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얼핏 봐서는 유추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 덕분에 화단은 형형색색 싱그러운 꽃과 풀로 가득하고 구민들 역시 운동하러 나왔다가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고 꽃을 감상하며 힘든 시간을 위로받는다는 것. 모두가 아끼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성북천 아저씨가 애지중지하는 공간이 또 있다. 바로 수질 좋기로 유명한 성북천이다. 그는 정기적으로 정화활동을 펼치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빗자루를 쥔 차림으로 직접 돌이끼를 닦거나 천변 쓰레기를 줍는다.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열심히 유해식물을 제거하고, 바위에 엉겨 붙은 이끼들을 닦아내는 모습에 감동한 '삼선, 동선, 안암, 보문동' 주민과 돈암초 '아름다운 봉사단' 등도 아저씨와 함께 주기적으로 청소에 나선다고. 

덕분에 성북천 수변에는 갯버들, 수크령, 풀억새 등 깨끗한 물에만 서식하는 식물 군락이 형성돼 있으며 어류는 물론이고 왜가리, 백로, 야생오리 등 다양한 조류도 살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얼마 전 성북천 아저씨에게 왜 그렇게 쓸고 닦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며 "그때 아저씨께서는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은데, 이곳에 와서 잠시라도 힐링을 하고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충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대답하셨다"고 전했다. 과연 그의 바람처럼 성북천을 찾는 다수의 주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을 성북천을 걷는 것으로 위로 받고 있다. 

성북천 아저씨는 "무더운 날 성북천 정화 활동에 함께 해주시는 구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며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성북천을 찾는 분들이 안전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관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성북천 아저씨의 정체는 이승로 구청장이다. 
 

저작권자 © 서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