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서울복지신문] 교통사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데 ‘평소 가지고 있던 장애’가 필요할까? 만일 그로인해 사망했다면 이는 장애로 인한 죽음인가? 사고로 인한 죽음인가? 해당 의제를 가지고 인터넷 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차연)에서도 6일, 해당 사안을 가지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7년 10월 경, 1급 지체장애인 A씨(65)는 휠체어를 타고 길을 건너던 중 화물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018년 5월, 결국 사망했다. 같은 해 8월, 유족 측은 사고차량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 결과 법원은 화물차 운전자의 과실을 90%로 책정하고 망인의 위자료는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기준 금액 1억 원의 절반인 5000만 원으로, 유족인 B씨(자녀)에 대한 위자료는 1000만 원으로 판시했다. 이어 위자료를 산정할 때 사고의 경위, 망인의 나이와 과실 정도, 기왕장해, 형사사건에서 지급된 합의금 액수 등의 제반사정을 침작했다고 설명했는데, 논란을 야기한 것은 ‘기왕장해’의 언급이다.

유족 측은 기존에 있던 장애가 교통사고 사망과 어떤 연관이 있어 위자료를 절반으로 감액한 것이냐며 곧바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유족인 B씨는 “아버지의 위자료를 산정하는데 장애인이라는 점이 반영됐다면 그 자체로 부당하다”며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6일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장차연은 “장애인에게도 동등한 교통사고 위자료를 인정해달라”고 외쳤다. 이어 “기왕장해라는 표현은 평소 장애인이 보상을 요구할 때 보험회사에서 보상을 회피하기 위해 활용하는 표현인데, 이제 법원까지 장애인의 목숨 값을 저울질하는데 해당 단어를 쓰느냐”며 분노했다.

또한 “법원이 스스로 정한 위자료 기준을 장애인에게만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 행위로도 볼 수 있고, 위자료는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인 만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이 어떤 부분에서 비장애인보다 덜 고통스러울 것으로 판단하는지 재판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A씨는 평소 장애는 있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던 건강한 사람이었다. 법원은 화물차 운전자의 과실 비율을 90%로 높게 인정한데 반해 위자료는 기준 금액에 절반만 책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만약 대법원까지 가서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장애인 차별이나 보상 악용 등으로 쓰일 소지도 충분해 보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고인이 된 A씨만큼 억울할까 싶다. 갑작스러운 죽음도 애석한데 망자가 된 순간에도 본인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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