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리리 의원은 전국 최초 여성장애인 자녀가 만 7세 될 때까지 월 1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양리리 의원은 전국 최초 여성장애인 자녀가 만 7세 될 때까지 월 1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이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살아가기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비장애여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더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비장애여성에 비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전 과정에서 정신 및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다양한 사회적 제약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여성장애인 가정 대부분이 사회·경제적으로 여러형태의 위험요소와 부담감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대문구의회 양리리 의원(비례대표)은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덜어주고자 관련 조례를 바꿨다. 구의회는 지난 제256회 서대문구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양 의원이 발의한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양 의원은 이를 근거로 기존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를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양육지원금 지급 조례’로, 조례 제목부터 세부 내용까지 변경했다.

이 조례의 핵심은 ‘양육지원금’의 지급이다. 그간 서대문구는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하에 일시적인 출산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이번 조례 변경에 따라 아이를 키우는 동안 양육지원금을 지급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세부적으로는 아이가 만 7세가 될 때까지 월 10만의 양육지원금을 지급해 여성장애인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기적인 지원금을 보장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앞으로 타 자치단체의 장애인 지원 정책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 의원은 “기존 조례가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번에는 ‘여성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들을 직접 지원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여성장애인의 출산 및 양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서대문구청의 업무보고 때 장애여성이 비장애여성보다 출산지원금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비장애여성들처럼 첫째아이부터 셋째아이 순으로 출산지원금을 더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장애여성의 특수성에 대한 몰이해로 생각됐고 보다 타당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중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장애여성에게도 임신과 출산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장애여성의 경우는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비장애여성들보다 더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자면, 사실 어머니가 장애를 가지고 계신다. 때문에 아주 오랜 세월 장애를 가진 여성의 출산과 자녀 양육에 어떤 실질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며 자랐다. 그래서 이번 조례개정을 통해서 장애여성이 출산 뿐 아니라 양육의 전 과정에서 조금은 더 현실적인 지원을 해 주고자 했다.

○ 조례 개정 준비과정서 여성장애인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여러 계층의 여성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고충이 어디에 집약돼 있는지를 알았다. 지난 6월 초 ‘여성장애인 임신과 출산지원’을 위한 주민 토론회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여성장애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방안을 찾아보고 본격적으로 조례 개정을 준비하기 위해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 자리에는 시각, 청각, 지체장애를 가진 여성장애인이 토론자로 나와 임신과 출산, 양육이라는 현실적 어려움과 자신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청각장애를 가진 황혜진 윌앤비전(주) 디자인담당은 분만실에서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겪어야 했던 두려움과 산후조리원에서 느낀 소외감 등을 자세히 밝혔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금실 영광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 사무국장은 스스로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야 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갔다. △이춘희 전 의정부장애인복지관장은 지체장애를 가진 엄마이자 사회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직장맘으로 경력단절의 두려움과 함께 아이와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토론자들이 밝힌 내용은 여성장애인이기에 겪어야 했던 고통과 두려움일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실질적인 문제인 만큼 현장 참여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성장애인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바로 알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 방법을 함께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날 함께 한 이들은 출산·양육부담의 경감을 위해 장애여성을 위한 양육수당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또한 소득 및 취업여부와 무관한 여성장애인 홈헬퍼지원, 아이돌보미 지원 시 자부담폐지, 산후휴가 2배 확대, 산후조리원 비용지원 등 의견도 모아졌다.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기 바라는 여성장애인들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양리리 의원은 양육비를 직접 지원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번 조례 개정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리리 의원은 양육비를 직접 지원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번 조례 개정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조례 탄생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다양하게 모아진 여성장애인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조례 개정을 본격화 했다. 조례의 기본 원칙은 일회적인 출산지원금이 아닌 매달 일정금액의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지자체에서 구민을 대상으로 수당 형태의 현금을 지급 할 경우 ‘사회보장기본법 제 26조제2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 진행 과정에서 이해 충돌로 잠시 어려움이 있긴 했으나 담당부서에 대한 설득과 합리적인 소통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지자체들이 선심성 현금 복지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만큼 조례를 준비하면서 염려되는 상황을 불식하기 위해 다각적 방식으로 양육수당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했다.

그렇게 1년간 준비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열린 제256회 서대문구의회 제2차 정례회를 통해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양육지원금 지급 조례’가 최종 가결됐다. 따라서 지난 1월 1일부터 여성장애인에게 양육지원금 지급이 가능하게 됐다. 사실 그 이전에 여성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가 2019년까지는 첫째 아이 50만원, 둘째 아이 70만원, 셋째아이에게 100만원의 출산비용을 지원해 왔다.

그러던 중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단순히 출산을 축하하는 개념이 아닌 조례의 본 취지대로 여성장애인들과 그 가족에게 자녀 양육 과정 전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에 서대문구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하면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 양육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출산한 서대문구 여성장애인이라면 신청이 가능하며 소득과는 상관없이 지원할 수가 있다. 지원금액은 신청한 날이 있는 달부터 자녀가 만7세가 되는 전달까지 매월 10만원씩, 최대 840만원이다.

앞서 밝혔듯이 매월 양육비를 지원하는 지방정부는 서대문구가 전국 최초이면서 서울시에서 유일하다.

○ 여성장애인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 8개월 시행 중 보완점은

조례를 준비하면서 사전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서대문구 장애여성의 출산은 17명밖에 되지 않았다(2016년 8명, 2017년 2명, 2018년 7명). 이번 조례 발의 이후에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가족은 3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맞춤 복지이므로 숫자의 높낮이보다는 장애를 가진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더 나은 생활을 유지해주기 위해서 구가 특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매달 지급하는 수당만으로 여성장애인 가족이 가진 출산과 육아 전체 어려움을 모두 해결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발걸음이 그들을 지원하는 맞춤복지에 첫 단계이며 이를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또한 서대문구의 작은 움직임이 널리 파급돼 우리 구민 뿐 아니라 전국의 여성장애인들이 출산과 육아에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 여성장애인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 홍보 방안은

실질적으로 구의회 차원의 홍보보다는 서대문구 전체에서의 홍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직 실제 지원을 받는 가정은 소수 이지만, 이런 정책의 홍보는 단순히 해당하는 가정에게만 알리기 보다는 전체 구민에게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론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원을 받는 가정이 소수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하고 분명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는 정책임을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인터뷰를 허락해 주신 서울복지신문에게 특별히 더 감사하다. 서울복지신문처럼 우리 국민의 복지 정책을 심도 있게 다뤄 온 언론에서 이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론화 해주시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빨리 이 정책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여성장애인들에 선제적으로 펼칠 돌봄 서비스 정책이 있다면 

지난해 가졌던 토론회 ‘여성장애인의 엄마되기, 너무 힘들어요’를 통해 나 자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현실을 알게 됐다. 토론자로 나선 청각장애여성의 경우 △산부인과 수술실의 수화통역 및 자막통역 △산후조리원 비용 할인혜택 및 장애인여성전문 산후조리원 건립 △홈헬퍼 홍보 활성화 및 지원 확대 △유아 문화센터 수화통역 배치 등을 말씀하셨고, 시각장애여성의 경우 아이의 상태와 요구를 보면서 설명해줄 수 있는 현장해설사와 활동지원사의 필요성을 밝혔다.

지체장애여성의 경우는 여성장애인의 사회생활에 대해서도 발언했는데 여성장애인의 신체적 상황을 고려해 출산휴가를 두 배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체, 시각, 청각 등 장애의 종류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이 자녀양육과 관련된 고민들도 있었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 적절한 자극과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여성들의 경우 기능상 한계로 인하여 아이들에게 죄책감과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현재 국가적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장애여성의 직업이나 경력관리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많은 부분이 현실적으로 지자체나 구의원이 해결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관심과 정책 연구를 촉구하고 싶다.

○ 구 의원으로서 지향해야할 목표와 바람은

구 의원으로서의 조례 개정은 아주 작은 변화의 발걸음이라고 본다. 이 조례를 개정하면서도 여러 동료 의원들에게 왜 이 조례가 필요한지 이야기 했는데, 실제 알지 못했던 현실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의 현 위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여성장애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더 많은 이들에게 장애여성과 그 가족이 지닌 어려움을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일깨우게 된다.

끝으로, 그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하는 것이 구 의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어떻게 살고 있나’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그리고 장애인 안에서는 여성장애인이 약자다. 그 약자의 삶을 먼저 보고, 그들의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구 의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작은 변화라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양리리 의원(비례대표, 국민의힘) 주요 약력 및 소개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졸업,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헌정보학 박사 수료,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학습코칭전문가 과정 겸임교수(전), 신촌 홍익문고지키기주민모임 공동대표(전), 서대문도서관 운영위원, 자료선정위원(전), 알권리연구소 감사(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전), 한국화교경제인협회 간사(전), U성장두뇌학습연구소 소장(현)

저서: 서울연구원 미래서울 연구총서13 <책 읽는 도시>, 한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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