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사회복지협회장
김현훈 서울사회복지협회장

[서울복지신문] 한 여성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질문을 합니다. "대체 남편을 언제까지 맞춰주며 살아야 할까요?" 그녀는 지난 10년 간 남편의 그림자와 다를 바 없는 삶이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남편은 지나친 결벽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외출 후 돌아오면 집안 상태를 점검하고 본인의 옷은 허물 벗듯 벗고는 만지지도 않습니다. 뒷처리는 늘 제 몫이죠."

패널들은 놀라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 장면을 보던 필자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 어떤 대답을 해주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참으라고 하자니 아주 고통스러울 것 같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강경하게 중단할 것을 요구하라고 말하자니 부부 사이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부부 상담전문가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남편입니까? 아니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당신의 결혼 생활입니까?"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남편보다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힌 것만 같은 자신이 더욱 힘들게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부부 상담전문가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확신의 찬 눈빛으로 "그렇다면 당신은 곧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남편이 바뀌지 않더라도 말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솔루션으로 제시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조건 없이 베풀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아하지 않나요? 너무나도 괘씸한 남편에게 오히려 조건 없이 베풀라니요. 게다가 지금까지 어떠한 보상도 없이 남편의 그림자 역할을 했던 아내였습니다. 그런데도 베풀고 참으라는 말이 야속하지 않나요? 아마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기에 반문했을 것입니다. “왜 제가 또 참아야 하죠? 전 그것이 불만인데요. 제 이야기를 이해하긴 하셨나요?”

부부 상담전문가는 시원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정말로 행복하게 되려면 불평불만을 삭이는 게 아니라 아내인 당신의 느낌이 늘 평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남편이 원하는 것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요. 남편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감정과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나쁜 행동은 부정적인 태도로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것이죠. 유명한 이솝우화인 ‘해님과 바람’ 이 떠올랐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있었던 것은 해님의 따뜻함이었지, 거센 바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다들 알고 계시죠? 그렇게 이해하니 부부 상담전문가의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반응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당신의 마음에서 긍정적인 파동을 발산하세요. 그러면 남편 또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에게 좋은 감정을 베풀게 됩니다.”

패널들은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민을 가득 안고 입장했던 그 여성 역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띄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풀리지 않는 숙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부딪히는 관계를 놓고 고민합니다. 인간의 삶이 고단한 이유의 8할은 아마 이런 문제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마음을 한 번 바꾸어보시죠. 달리 생각을 하고 모든 일에 조건 없이 베풀어보는 겁니다. 되돌아 받을 것을 염두에 두거나 계산하지 말고, 상대를 위해 혹은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선(善)한 것을 기준 삼아 나누어보시죠. 아마도 나를 괴롭히던 실마리의 정체가 수면 위로 떠올라 증발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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