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대부분이 보는 것은 몸짓의 어색함, 말의 어눌함,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동 등이다. 그 뒤에 감춰진 것을 그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경련, 입 비죽거림, 균형 상실, 이런 현상들은 단호하고 가차 없는 판단 뒤에 소리 없이 숨어 있다. (중략) 이 첫인상을 바꾸기란 힘들다.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채로, 그렇게 축소된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건 고통스럽다. (중략) 이 흠집을 표현 하는 데는 명사 딱 한 마디로 족하다. '뇌성마비'라는 병명, 그리스어 '아테토시스(athetosis)'에서 온 이 말은 그렇다면 일생 동안 나를 따라다닐까" - 저자 알렉산드르 졸리앵의 '인간이라는 직업' 中 -

 

최충일 사회복지사
최충일 사회복지사

[서울복지신문] 말할 때마다 온 몸에 힘을 주며 침 흘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1996년부터 특수학교를 다디던 6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친구들의 불규칙한 몸짓과 발음이었다. 한 마디 할 때마다 온 몸에 힘을 주어 말하다 보니 대화에서 주는 감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친구들이 말을 걸면 항상 긴장하고 주의 깊게 들었다. 잠시라도 단어를 놓치면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것을 다시 물어보는 상황이 반복되니 나도 모르게 '몰라도 이해한 척' 넘어갔다.

6개월 정도 함께하면서 듣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입모양과 몸짓이 열리는 동시에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들은 경직된 근육으로 인해 마주 보고 대화할 때마다 얼굴에 침이 많이 날아온다. 친한 사이일수록 그런 나의 불편함을 자주 표현하곤 했는데 한 친구는 내게 "나랑 대화할 때는 손으로 막으면서 말해도 돼"라고 하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처음 본 사람에게 그 친구한테 했던 것처럼 행동한다면 굉장히 무례하고 비난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서로에게 불편함보다 유쾌함과 추억으로 채워져 있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혀끝에서 나오는 언어로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표정, 미간, 발음 등 전체적인 몸짓을 함께 읽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드라마에서도 나의 기억들이 연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장애인이 나오는 드라마에도 의사소통의 다양성, 예측 불가능한 몸짓에서 오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익숙해지길 바란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에는 그것이 없다. 예측 가능한 몸짓과 비장애인과 소통이 가능한 장면들만 보일 뿐이다.  

영화 '오아시스'가 뇌병변 여성 장애인의 불편함,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간 사랑을 다룬 것이라면 드라마는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에서 장애인 역을 맡은 배우 조인성처럼 매력적인 외모와 안정적인 신체, 대화 가능한 호감형의 장애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호감 장애인도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예측 불가능한 몸짓의 언어를 보여주는 장애인들은 다큐멘터리나 비상업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으면 안 된다. 그들의 몸짓과 언어는 전혀 예술적이거나 심오하지 않다. 일상의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충일 사회복지사는 지성이의 아버지로, 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래퍼다. 지난 2009년 방영된 SBS '스타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현재는 우리사회 장애인의 희로애락을 담은 본격 리얼 토크쇼 '수다장인'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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