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북극발 한파에 폭설까지 겹쳐 역대급 맹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고, 한 걸음 뗄 때마다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25년 만에 찾아온 혹한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위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힘든 기상 상황 속에서도 생업 전선에서 추위와 맞서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더불어 사는 세상,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면,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응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목에도 적었듯이 몹시 추운 요즘,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구독자님 주변에도 물론 있겠죠? 잠시나마 생각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먼저 올 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름에는 두꺼운 방역복에 땀이 마를 날이 없더니, 겨울이 되니 외투를 입을 수 없어 괴로워합니다. 내복을 겹겹이 입어도 맹렬한 추위 앞에서는 당해낼 수 없습니다. 천막 하나에 의지해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 꽁꽁 얼어붙은 손은 녹일 시간이 없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로 급격하게 줄은 매출을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에 영하 20도 가까운 날씨까지 겹쳐 고통은 가중되었습니다. 차량을 안내해야 하는 주차 요원도 혀를 내두르긴 마찬가지입니다. 귀마개 모자와 두꺼운 털옷을 입은 탓에 주변을 제대로 살피기도 어려워 갑자기 나타나는 차량을 피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도 잦습니다.

제설작업을 하는 공무원 및 용역 직원들, 도로 위 길을 정비하고 전선을 설비하는 사람들도 피할 길 없는 거리 위에서 야속한 추위를 그저 몸으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택배를 배송하는 기사님들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누군가의 집 앞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쁘게 오고 갑니다. 길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인에게는 햇빛만이 추위를 이기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음식을 싣고 달리는 배달원은 얼어붙은 도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오토바이에 의지해 달립니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화재의 위험으로 난방기구 하나 없이 차량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일일이 다 나열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사람이 추위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면 추워도 춥다고 말할 수 없고,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앞에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덜컥 듭니다.

추위가 몸은 공격할 수 있어도 마음을 공격하지는 못하도록, 몸은 시릴지언정, 마음은 따뜻하도록 우리가 난로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추위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배려, 따스한 말 한마디, 성원과 성품 등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다면 적어도 마음은 시리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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