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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리의 This is me- 5] 정보소외계층이 방치되고 있다소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순한 맛... 현실은 소외계층에게 더 잔인하고 잔혹하다
장경근  |  seoulbokj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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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2  09: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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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리리 서대문구의회 의원, 전)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전)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서울복지신문] 일본의 한 폐가에서 보건복지사무소 과장이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아사(餓死). 팔다리는 검 테이프로 이중 삼중 감겨 있다. 입도 마찬가지로 검 테이프로 막혀 있고, 코만 겨우 뚫려 있다. 납치해서 결박한 다음 방치하여 굶주림과 목마름에 서서히 괴로워하며 죽어가게 한 것이다. 얼마 후 동일한 방식으로 현직 지방의회 의원이 시체로 발견된다.

8년 전 부끄럽고 국가에 짐이 된다고 생각하여 생활보호 대상자 신청을 주저했던 한 노파가 절대빈곤을 견디다 못해 용기를 내어 어렵사리 서류를 접수한다. 그러나 오래 전 연락이 두절된 동생이 있다는 이유로 선정이 무참하게 거절된다. 결국 노파는 전기와 수도가 끊겨 물도 마시지 못하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집안에 있던 휴지를 먹으며 서서히 굶어 죽어간다. 이 노파의 서류 신청을 돕던 청년들이 용의자로 떠오른다.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있던 일이다. 숨진 지 반년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방문했을 당시 시신은 가스와 전기가 끊긴 춥고 어두운 방 안에 방치돼 있었다. 발달장애인 아들은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공과금 장기 미납으로 가스와 전기가 끊기자 노숙을 하게 됐다. 노숙인 지원봉사를 하던 사회복지사가 “우리 엄마는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보고 이상히 여겨 경찰과 함께 그의 주거지를 방문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었지만 장애인 등록이 돼 있지 않았고, 장애인 급여 등을 받지 못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당사자 혹은 법적 보호자가 직접 지방자치단체에 장애인 등록을 해야만 장애인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숨진 어머니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남편과 이혼 후 딸과의 연락이 끊겼다. 어머니는 당시 부양의무자인 딸의 동의를 얻지 못해 한 달에 28만 원 정도 지급되는 주거급여 이외 다른 급여는 신청하지 못했다. 의료급여도 받을 수 없었기에 병원도 제대로 가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은 것이다.

모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지만, 공과금 장기체납, 실직 등 위기 사유 발생시 지원하는국가 긴급지원사업, 지자체지원 (서울형)긴급복지사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등을 신청하지 못했다. 가스 요금과 전기 요금 등은 수개월 동안 밀렸고 건강보험료 역시 수년간 내지 못한 상태였다. 이들 모자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긴급지원사업 미신청을 이상히 여겨 단 한 번만이라도 행정 당국이 먼저 찾았다면 또는 이들 모자가 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 긴급지원사업을 신청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보건복지부, 구청의 행정은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했다.

위 소설에서 생활보호 대상자 신청을 하려면 생활보호법에 의한 생활신청서, 재산세 납부신고서, 수입금액 신고서, 개인정보이용동의서, 급여내역서,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서류들의 의미는 재산이 있으면 그 돈을 생활비로 써라, 능력이 있으면 일해라, 가족에게 원조를 받을 수 있다면 일단 그쪽에 먼저 기대라, 그리고 신청 내용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관공서 관계자가 조사하는 것을 동의하라 등의 요구다. 한정된 세금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히 지급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류다.

시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것이니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서류 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레 신청 자체를 포기할 만큼 어려운 서류들이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급여)은 급여신청서, 소득·재산 신고서 및 신청자와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등(금융·신용·보험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에는 개인이 금융·신용·보험 정보를 제공했다. 지금은 사회보장망에 행정당국이 개인신상정보를 입력하면 정보를 한 번에 취합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우리는 나라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기시는가? 그 좋은 제도를 왜 활용하지 않으면서 어렵다고 하소연만 하느냐고 답답해하시지는 않는가? 아무리 행정절차가 간소화되고 편리해지더라도 정보리터러시가 부족한 정보소외계층에게는 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들 역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원이기 때문이다.

   
▲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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