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서울 도심에 '명동밥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로 중구 옛 계성여중고 식당 자리인 샛별관 앞에서 운영에 들어간 것입니다. 미세먼지가 꽉 들어찬 도회지에 청량제와 같이 마음을 정화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상을 멈추게 한지 어느 새 1년이 됐고, 그러는 사이에 너나없이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겨우 끼니를 해결해 오던 노숙자들은 아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아야 했습니다.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외계층과 노숙자들이 늘고 있다는 말을 접할 때마다 답답함이 찾아들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거리에 나가 최소한의 필요라도 채워드려야 하는데 정작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니 채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때에 명동밥집의 무료 급식제공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밥집’을 기폭제로 더 많은 무료 밥집들이 늘어나 많은 이들이 허기지지 않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담아봅니다. 저 역시 더욱 노력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주저 않고 포기하고 싶을 때 사랑이 담긴 따뜻한 밥 한 끼는 시린 마음을 녹여주고 희미하기만 했던 앞날에 희망의 빛을 선사합니다. 바라기는 길거리의 노숙자들이 체념과 포기의 삶을 살기보다는 자신들을 위해 여전히 애쓰고 수고하는 이들이 있다는 현실을 직면하고 용기와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명동밥집 도시락은 상생의 의미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허기진 노숙인에게는 소중한 한 끼가 되고 침체된 골목식당엔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차가운 몸을 훈훈한 사랑의 식사로 녹일 수 있는 노숙인도 그렇지만, 식당주인은 마침내 희망이 보인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희망이라고 볼 수가 있죠. 버틸 수 있는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나눔은 작을수록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쪼개고 쪼개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때 힘이 있고, 또한 그 가치는 훨씬 더 큰 역동성을 발휘할 수가 있습니다. 나눔은 실천할 때 빛을 발하게 되고 그래서 작은 나눔은 여러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상대적인 조건에 있는 사람에게나 공히 희망이 되고 세상을 살아갈 최소한의 동기를 찾게 하는 것이지요.

‘나는 가진 게 없어서’, ‘남에게 줄 것이 없어서’라는 말은 나눔을 실천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가 됩니다. 비록 없다고 해도 마음을 다잡고 잠시만이라도 생각해보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눌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가지고만 있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나눌 때 소중한 가치를 발휘합니다. 나눌 때 더 커지는 것이 상생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명동밥집’의 선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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