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EGEP. (사진 왼쪽에서 3번째 양리리 의원)
2015년 EGEP. (사진 왼쪽에서 3번째 양리리 의원)

[서울복지신문] 3월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은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시위로 시작됐다. 여성노동자가 열악한 작업장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다 화재로 숨진 것을 계기로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며 시위가 벌어졌다.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 여성의 날이 내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계기가 있다. 지난 2015년 8차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선발됐다. EGEP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의 협약하여 이화여대가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NGO 리더들의 역량강화를 돕기 위해 만든 2주 교육프로그램이다. 당시 시민단체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로서 여성의 정보 소외, 알권리 등의 활동이 인정받아 교육에 참가할 수 있었다. 20개국 선발된 25명의 활동가들과의 만남은 다채로웠다.

그중 부탄 활동가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불린다.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도 부탄에서는 행복할까. 부탄은 티베트 불교권이다. 남성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결혼 후 출가한다. 여성은 홀로 아이를 길러야하고 농사일도 떠맡아야 한다. 가족부양의무는 오롯이 여성 몫이다. 교육기회는 당연히 부족하다. 남성만이 출가할 수 있고 깨달음을 얻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탄의 행복은 여성희생에 따른 남성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아프리카 여성활동가들과 오픈포럼에서 나눈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여성노동착취나 생리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강제조혼, 가정폭력, 성폭력, 교육불평등, 정치참여 등 자국 여성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했다. 케냐 활동가는 여학생들은 생리가 시작되면 헌옷이나 천 조각을 사용하는데 이것마저도 없으면 생리기간 내내 무방비로 흙 위에 앉아 있다고 했다. 위생도 문제지만 생리기간 학교에 갈 수 없으니 남학생과 학력격차가 벌어지고 결국 학업중단을 초래한다.

2019년 AWPC. (사진 오른쪽에서 2번째 양리리 의원)
2019년 AWPC. (사진 오른쪽에서 2번째 양리리 의원)

서대문구 구의원 된 이후 2019년 독일 아데나워재단이 주최하는 아시아 여성의원 토론회(AWPC)에 한국 지방의원 최초로 참석했다. 각국 아시아 여성정치인이 발표하는 여성문제는 2015년 EGEP 여성활동가들이 발표했던 주제와 대동소이했다. EGEP 참가 후 4년이 지났고 시민단체 여성활동가도 아닌 여성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강제조혼, 가정폭력, 성폭력, 교육기회 불평, 남녀임금차별 등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도 큰 개선이 안 된 것이다. 당시 필자는 불법촬영, 디지털성범죄, 성착취 영상 등을 발표했다. 한국의 IT강국 면모가 여성문제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발표는 솔직히 부끄러웠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심화로 서비스업이나 비정규직 임시직 종사 비율이 높은 여성 노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해고 위협에 시달리며 소득 감소로 인해 불평등과 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다. 여성이라면 피할 수 없고 숙명적인 생리현상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생리빈곤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됐다. 성별 소득격차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여성은 사회활동뿐만 아니라 돌봄, 가사노동 등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3월8일은 여성 생존권과 참정권을 위한 시위가 벌어진지 113년이 되는 해이다. 빵과 장미를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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