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살아가는 게 날로 힘들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게 벅차다고 호소하는 복지소외계층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팍팍한 삶의 연장일 뿐이고 거기다가 ‘코로나 우울’까지 겹쳐 심적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생사의 기로에서 맞이한 오아시스처럼 생명력 있는 소식에 잠시나마 희망을 찾아봅니다.

얼마 전 수원역 일대에서 생활한 노숙인 49명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을 돕고 싶다며 힘들게 모은 돈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센터'가 마련한 사업에 참여하여 종이로 된 쇼핑백을 접는 노동을 지난 1년 동안 해 온 노숙인들이 센터를 통해 이웃을 위한 기부를 실천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루 평균 3시간씩 3만장 넘는 쇼핑백을 접어 모은 돈 157만2260원을 지역 내 미혼 한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 기부해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쇼핑백 한 장 접을 때마다 발생하는 수익이 50원이니 100장을 접어도 5000원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당장 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노숙인들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귀한 돈입니다. 선뜻 남에게 기부할 수 없는 ‘큰 돈’이라는 것이지요. 그 돈을 아껴가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정성을 쏟았을 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다시금 제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선행을 한 노숙인들은 한결같이 “단 한 푼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역에서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 우리도 다른 어려운 누군가를 조금이나마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기부를 결정짓게 한 이유였다고 말을 합니다.

누군가를 도와야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기부(寄附)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재물을 어려운 이웃이나 공익을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볼 때 노숙인들의 기부는 그 어느 기부보다도 값지고 뜻 깊으며 삶의 깨우침을 주는 ‘아름다운 기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와 나눌 때 가치가 생겨납니다. 나눔이란 흔히 생각하듯 내가 가진 것을 떼어 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그 순간을 공유하며 인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단순히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애틋한 정과 사랑이 없으며 쉽게 실천할 수 없을 만큼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부는 남을 위해서라기보다도 나와 내 이웃, 그리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사회를 위한 일입니다.

‘기부천사들’의 면면을 보면 나눔에서 행복을 찾고 나눌 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왜 기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나누면 행복해진다”는 것이 공통적인 답변입니다. 나눔의 힘은 실로 커서 내가 조금 나누는 것이 우리가 모두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기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있을 때 넉넉히 기부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비록 작더라도 당장 실천에 옮기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며 그렇게 될 때 기부의 가치는 더 커지게 됩니다.

노숙인들의 기부소식을 접하고 옷깃을 여미듯 내 마음이 숙연해졌던 것은, 기회가 되면 조금씩이라도 봉사하는 삶을 살고 또한 비록 작더라도 기부를 생활화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신념을 생활화하여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봅니다. 

저작권자 © 서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