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리리의 This is me ⑫] 다문화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서울복지신문] 한국 기업가와 주한 외국인이 함께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가 있다. (사)GBA코리아(Global Business Alliance, 회장 오시난)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서 열린 제3회 GBA리더스 포럼에서 축사를 하게 됐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인 CEO 및 32개국 CEO, 외교관, 스타트업 리더 등이 참석했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축사자로 초대받은 것은 서울시 서대문구 구의원이란 신분보다는 필자의 특별한 이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양리리란 이름은 한국에서는 매우 특이한 이름이지만 중국에서는 미자, 말자, 숙자처럼 무척 친숙하고 흔한 이름이다. 1994년 중국이 한중수교를 기념해 선물한 에버랜드 팬더 이름이 ‘리리’일 정도이다.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인천에서 태어나셨지만 화교이다. 필자는 아버지 국적을 따라 한국 국적이지만 다문화 가족 출신이다. 배우자는 아버지가 화교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라 아버지 국적을 따라 화교이다. 두 딸은 한국 엄마와 화교 아빠와 사는 이중국적 다문화 가족 3세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화교 중·고등학교가 있다. 화교 초등학교가 있는 명동까지 접근성이 좋아 서대문구에는 화교가 많이 산다. 석사학위논문도 화교 청소년에 대해 썼다. 한국 학교를 다니며 한국 사람들과 생활했으니 완전 한국 사람이지만, 어릴 적 외할머니와 살갑게 지냈기에 화교 문화도 잘 알고 중국어도 할 수 있다. 오랜 관심과 애정이 있는 화교와 다문화를 위해 2018년 서대문구 비례구의원이 되었다. 화교 정착 130년 첫 선출직 의원이다. 지체 장애이신 어머니 아래서 성장하면서 장애인도 대변하고 싶었다.

의원이 되면서 어떤 정책을 만들고 활동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다문화를 무언가 지원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GBA코리아 창립식에 2019년 참석하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 GBA는 한국인CEO, 외국인CEO, 외교관, 스타트업, 인플루언서 · 월드아티스트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오시난 GBA회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터키 유학생으로 1997년 한국에 와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한 터키 대표팀 연락관으로 활동하다 2004년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비데 등을 터키에 수출했다. 터키문화 불모지였던 한국에 케르반 레스토랑 그룹을 통해 터키문화를 소개했다. 오시난 회장을 중심으로 GBA는 전세계를 무대로 사업 허브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삿짐 사다리차가 방글라데시에는 없다. GBA 방글라데시CEO가 고소작업차 제작공장을 방문했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피부가 좋아 다른 화장품들은 잘 사용하지 않고 미백에만 관심이 있다. 중앙아시아 여성들은 보습에 관심이 더 많다.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베냉,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온드라스 등에 유학생들이 자국 인플루언서를 통해 K뷰티를 소개해 수출했다. 중동사람들은 양악수술을 많이 한다. 미국 · 캐나다 사람들은 건강검진에 관심이 더 많다. 스마트팜에 네팔, 잠비아사업가와 앙골라대사관 1급 비서관이 방문했다. 아프리카 가나에는 아직 택배나 배달문화가 없다. 가나유학생이 스타트업으로 시스템을 수출할 예정이다. 외국인CEO · 유학생 · 외교관들이 한국에 살면서 이용한 물건들과 서비스를 GBA를 통해 작년에만 350억 수출했다. 좋은 상품을 개발해도 수출처를 찾기 어려웠던 국내기업에 알아서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그 나라 특성을 잘 알고 인맥도 있고 의사소통도 가능한 외국인들이다. 자원이 비약하고 수출에 의지해야 하는 대한민국 기업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줄 수 있는 귀한 인재들이다.

한국 사회 속 다문화인들은 짐이 아니다. 한국 문화와 기업을 자국으로 확산해 나갈 수 있는 민간외교관이다. 방역 정책과 백신으로 코로나19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정책과 인식을 변화할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