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서울광장을 지나다가 ‘마지막 한 분까지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국내외 131명 6.25 참전용사 사진으로 구성된 작품을 보았다. 라미 현 작가의 ‘프로젝트 솔져’는 6.25전쟁 당시 태극기를 달고 싸운 참전용사 131명을 직접 만나 촬영한 작품이다. 6.25 참전유공자들의 숭고한 헌신과 노고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맘껏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깊은 나라 사랑의 고귀한 가치에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131명 모두가 남성이다. 다시 한 번 찬찬히 봤다. 모두 남성이다. 의문이 들었다. 6.25전쟁 때 여성 군인은 없었을까.
국가보훈처는 2019년 ‘6·25 참전 유공자 발굴 사업’에서 참전용사 40만 명 중 여군이 유공자로 등록된 현황은 2,554명이라고 밝혔다. 1950년 전쟁 발발 2개월여 뒤 여성의용군 1기를 모집하여, 9월 6일 여성의용군이 창설됐다(매년 9월 6일은 대한민국 여군창설일로 기념되고 있다). 대상은 18세 이상 30세 미만의 여성이었다. 당초 여군 500명을 모집하려 했는데 2,00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녀 차이가 없다. 이를 계기로 군번 없는 학도병을 포함하여 2만4,000명의 여성이 6.25 전쟁에 참전하게 됐다. 여성들은 육 · 해 · 공군 · 해병대 및 간호장교 등 군번 없는 민간인 신분으로 참전했다. 이들은 1953년 휴전 선언 전까지 다양한 전시 상황에 투입됐다. 1.4후퇴 때 유격대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고, 지리산과 백운산을 비롯한 주요 거점에서 대적 · 대민 선무 활동을 했으며, 북한군 약 1,200명을 귀순시키는 등 엄청난 공을 세웠다. 이처럼 숭고한 애국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당시 여성과 여군에 대한 차별과도 맞서 싸워야만 했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했고, 여군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경했던 당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항일 독립운동사에서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여성들이다. 많은 여성이 독립운동에 나섰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대부분 소외됐다. 여성 독립운동가로 유관순만 강조된다. 그나마 영화 <암살>과 TV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모델로 알려진 남자현, 윤희순 등이 있다. 국가보훈처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70여 년 동안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은 이는 모두 1만5825명이다. 이 중 여성 독립운동가는 472명에 불과하다(2019년 기준). 포상자의 단 3%만이 여성이다. 초·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등장하는 수많은 독립운동가 가운데 여성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국가보훈처 대변인실에 따르면 여군을 발굴하거나 그분들을 위한 공훈 사업은 별도로 없다고 한다. 필자가 구의원으로 있는 서대문구는 안산자락길 만남의 장소부터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가는 길 2km구간에 걸쳐, 여성독립운동가와 서대문과 관련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6개의 스토리보드를 설치하여 ‘여기로(女記路)’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여성의 독립운동과 6.25 참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임진왜란 때 여자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일본군과 싸웠고,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6.25전쟁 때는 군인으로, 지금은 사회구성원으로 산다. 애국에 성별 차이는 없다. 남성 중심 역사관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히스토리도 허스토리 아닌 우리 모두의 스토리가 기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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