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서울복지신문] 말의 홍수시대에 살아가면서 말로 인한 사건, 설화(舌禍)에 적지 않게 곤혹을 치루기도 합니다. 아무리 입단속을 한다고 해도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말로 인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게 현실입니다.

말은 양 면의 칼날과도 같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갈고닦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집니다. 무심코 한 말이 상대방에게 약이 되거나 독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고상한 인품을 갖추고 한 시대를 풍미한다고 해도 말이 거칠면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 상태의 수준으로 폄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과 성품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입니다.

말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은 말’과 ‘나쁜 말’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한마디의 말에 의해 좋은 감정을 갖는 가하면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기도 됩니다. 인간관계가 각박해져 가면 ‘사랑한다’, ‘용서한다’, ‘이해한다’는 배려의 말보다는 심성을 강퍅하게 하는 ‘나쁜 말’이 횡행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말이 통용되는 가를 보면 그 사회의 분위기를 가름할 수 있다는 말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숱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말 가운데서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이 남을 비방하는 험담입니다. 험담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명예나 품격 또는 가치를 손상하게 하는 말로, 면전에서 직접 말하지 않을 지라도 남을 아프게 합니다. ‘뒤통수를 친다’는 말이 상징하듯이 결국 남을 비방함으로 자신은 살아남으려는 묵시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여 집니다. 오죽하면 여러 사람의 험담은 뼈도 녹일 만큼 무섭다고 하여 ‘적훼소골(積毁蘇骨)’이라고 하였을까요.

험담의 독소는 참으로 무섭습니다.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이지만 험담은 동시에 세 사람을 죽인다고 합니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 그리고 대상자 세 사람이 모두 죽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지요.

소문이나 험담은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통하면서 부정적인 요소가 가미 되고 점차 과장 되어 나중에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한 사람을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가 하면 험담은 결국 사회 전반에 불신풍조를 조성하게도 됩니다. ‘민심이 흉흉하다’라는 말도 근거 없는 비방과 험담이 난무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기왕에 남의 말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생명을 살리는 말’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이고 내 생명을 잘 보존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남을 살릴 때 내가 살아난다는 것은 굳이 예시를 들지 않아도 직면하는 상황입니다. 상대에 대해 아무리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고 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점이 어딘가에는 있습니다. 한 사물을 두고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듯이 험담을 무마시켜줄 장점은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지요.

험담은 ‘길가에 떨어져 바람에 날려버린 담뱃재’처럼 다시 줍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험담으로 인한 실수를 만회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쯤으로 이해가 됩니다. 

흔히 남에게 한 말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가 십상이라고 합니다. 남을 비방하거나 턱없이 내 뱉는 험담은 특히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하지요. 언젠가는 스스로가 고스란히 안아야 할 문제로 돌변하여 자신을 억압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라도 책임 있고 도움이 되는 따뜻한 말로 남의 생명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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