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하며 살아가지만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숨이 막혀 올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없다는 연약함에 한숨 짓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을 꾸짖으며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남에게 뒤처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여 결국엔 번 아웃(burnout) 상태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정체되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어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무기력감에 빠져들게 하는지,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 때문에? 가족이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쫓기는 듯 바쁜 삶을 살기 때문에? 의지가 약하고 사고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보지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공허감이며 커져만 가는 마음의 공백입니다.

‘자기를 위한 인간’ 중에 이러한 글귀가 있습니다. “한번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똑같은 시간이 흐르지만 가끔은 거꾸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자유, 나를 위해 한번쯤 생각해 보자.”

한번쯤 바삐 걸어온 인생길에서 나를 돌아볼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꽤나 깊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근본이며 존재의 목적인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히 이어져 온 것을 보게 됩니다.

프로이트는 생물학적인 본능을 동기로 행동과 원인을 분석하며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였고 반면,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생물학적 본능보다 사회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심리학을 창시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열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아들러의 글 중에 ‘자기 자신을 안다’라는 글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놀라운 결과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사람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했던 말과 행동을 멈추게 되고 진정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있어 진정한 변화는 의지의 영역이 아니라 인지의 영역이다. 백번 각오하고 다짐하는 것보다 한번 제대로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작심삼일을 반복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깨달음 없는 의지가 얼마나 연약한 것이었는지 머리가 희끗희끗해져서야 비로소 터득하게 된 것이지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해서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이제 결연함으로 삶의 쾌도를 수정하는 자세로, 후회됨이 적은 인생을 살기 위해 나 자신과의 몇 가지 약속을 아울러 해봅니다.

첫째,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잘 되고 있음을 치장하기보다 연약함을 드러내며 그 가운데서 나 자신을 성찰해 가는 것이지요. 하나하나 초심에서 기초석을 다지며 인생의 참됨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둘째, 이 땅에서의 생명이 유한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 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이 하루가 더없이 소중함을 깨닫고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며,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운명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내가 작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이 넉넉해질 수 있는 쪽을 선택하며 날마다 우리 모두 강성해지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것입니다.

셋째, 순간순간 생의 의미를 깨닫는 감성을 가지고 각박한 눈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부드럽고 온유한 시선으로 사람을 맞이하고 만물을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눈이 행복을 바라보면 세상은 행복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어쩌면 나 자신을 타락한 모순 속에 가두고 나아갈 길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라도 스스로 막고 있던 벽을 허물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변화를 꿈꾸어가기를 나에게 다짐하며 소망합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희망을 일상의 목표로 삼아 부단 없이 정진하며 나와 이웃을 위해 행복한 변화를 꿈꾸는 변화자로써의 인생을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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