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기거한 종로구 창신동 낡은 목조주택
모자가 기거한 종로구 창신동 낡은 목조주택

[서울복지신문=김수정 기자] 지난달 20일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졌다. 이 비극적인 모자의 죽음은 누수를 의심해 방문한 수도사업소 직원에 의해 한달 여 만에 발견됐다.

50대 아들은 질병 탓에 일자리를 가지지 못해 수입이 없었고 하반신 마비인 어머니를 보살펴야 되는 이중고를 겪었다. 아들이 먼저 사망하니 홀로 남은 노모는 방치됐고 혼자 계시다 사망했다. 가스가 끊긴지는 3년이 넘었고 곧 전기마저 끊길 상황이었다. 노모 앞으로 나오는 기초 연금 5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으나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90년된 목조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복지사각지대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모자는 긴급상담 신청 등 적극적으로 구청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구제되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2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97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 그러나 다 쓰러져가는 목조주택 소유권이 발목을 잡아 모자의 재산이 월 소득 31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 결국 선정되지 못한 것이다.

싱크대가 다 삭아 무너져내린 목조주택의 공시 가격은 1억 7000만원. 종로구 창신동 일대가 재개발로 지난 8년 동안 공시 가격이 27%나 오른 것이 화근이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창신동 모자의 경우 기초생활 수급자 대상이 아니기에 가정 방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분들의 집 상태나 거주 환경이 열악하긴 했지만 집이라는 재산이 있다. 그것조차 없는 분들도 많기에 구청 입장에서는 그분들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체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어떻게 복지의 방향을 흐리고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생계급여 대상자를 늘리겠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산소득환산제에 재산 컷오프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덧붙여 “일정 금액 이하 거주주택의 주거용재산 한도액 초과분에 대한 주거용 재산 환산율 적용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창신동 모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안심소득 시스템이 이미 작동 중이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돌아가신 분들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 한 채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선정에서 제외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이런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 안심소득실험을 반드시 성공시켜 시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복지 스펙트럼은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의 경계에서의 어둠이 더욱 짙듯, 따스한 볕 안의 복지정책에서 배제된 복지 사각지대의 대상들은, 더욱 열악하고 어두운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야기를 들으려는 윗선들의 ‘귀’보다는 직접 나서서 움직여 줄 ‘발’의 역할이 더 절실한 지금이다. 이제는 나설 때, 움직일 때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정책의 빈틈을 촘촘히 메우러 다녀야 한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내기 전에... 그 전에 ‘발’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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