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그러나 인간이 늘 100% 합리적으로 사고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비합리성에도 패턴이 있는데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인간의 행동패턴을 해명하는 학문이다. 사람들의 7가지 비합리적인 패턴을 파악한다면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기에 유용하다.

첫째, 인간의 만족은 상대적이다.

사람은 타인과 비교해 늘 상대적인 불행을 느낀다. 즉, 비교 대상이 있으면 인간은 그것을 기준으로 사물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펀드회사 입사 당시 어느 직원이 3년 후 연봉을 10만 달러 받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이미 목표치를 훨씬 넘겨 현재 30만 달러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에도 이 직원은 자신의 동료가 31만 달러를 받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즉시 불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둘째, 수요와 공급의 오류, 앵커링 효과의 패턴을 가진다.

‘앵커’는 배의 닻이고 ‘앵커링’은 닻을 내린다는 뜻이다. 마치 닻을 내리듯 사람은 처음 본 숫자에 마음이 묶여 버린다는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시장가격은 공급자가 팔고자 하는 가격과 수요자가 낼 의향이 있는 가격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수요자가 내고자 하는 희망 가격을 이 앵커링 효과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미국 사회보장 번호 마지막 두 자리 숫자를 적어 내게 한 후, 맛있는 와인을 소개하고 얼마에 구매할 생각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연히 사회보장 번호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리 없었으나 놀랍게도 00-19번호인 사람보다 80-99번호인 사람이 3배가량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셋째, 어설픈 시장주의는 인간관계를 망친다.

사회규범에는 인간관계로 움직이는 부분과 금권으로 움직이는 부분으로 각각 나뉘어진다. 이 둘은 매우 다르다. 사회규범의 세계에 시장 규범을 적용하면 인간관계는 망가지며,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넷째, 인간은 극도로 흥분하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한다.

이미 ‘흥분 효과’를 겪고 있는 인간의 경우 금지와 자제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할로윈 축제 때 흥분한 젊은이들의 기물파손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예방시스템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것을 과대평가한다.

‘내가 가진 물건은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소유의 가격표를 매긴다. 즉,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좋아하고 그것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는데 이것을 ‘보유효과’라고 한다. 1주일 무료 사용 후 환불이 가능하다고 내거는 마케팅이 이에 해당된다.

여섯 번째, 기대효과이다.

맛있다고 생각하면 더 맛있어 진다는 패턴이다. 긍정적인 기대효과는 인간의 매 순간을 더 즐겁게 느끼게 해준다.

일곱 번째, 플라시보 효과이다.

인간은 ‘같은 약이라고 하더라도 비싼 것이 훨씬 효과가 더 좋다’는 가격의 힘을 믿는다. 총 100명에게 ‘신약 진통제’라고 하며 일반 비타민C를 줬다. A집단에는 1알에 2달러 50센트라고 했고 B집단에는 1알에 각 10센트라고 이야기했다. 그 결과 더 비싼 가격을 얘기한 집단 A가 약 효과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 실험을 통해 플라시보 효과 또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침을 확인했다.

인간의 행동은 많은 경우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합리성에도 규칙성이 있어 얼마든지 예측이 가능하다. 이 규칙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덧붙여 이와 같은 맥락으로 행동경제학의 힘을 빌린다면 잘못된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에서의 답까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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