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경력인증제 실기시험 치르는 응시자들
봉제 경력인증제 실기시험 치르는 응시자들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지난 30일 성동패션공방에서 전국 최초로 봉제 경력인증제 실기시험을 실시해 총 22명 봉제경력자에게 경력인증서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봉제 경력인증제는 법적인 노동계약 없이 장기간 근무했지만 노동 이력이 남지 않아 이를 공적으로 증빙하기 어려운 숙련공들의 실력을 인증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성동구에서 시도하는 것이다. 봉제 경력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동료 봉제인 3인의 보증과 경력사항을 기술한 신청서를 제출하는 서면심사와 공업용 재봉틀(본봉) 등으로 재단물을 재봉하는 실기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성동구청, 한양여대, (사)성동패션봉제인연합회가 공동 인증한 봉제 경력카드와 봉제 경력인증서가 발급된다. 이를 통해 봉제인의 직업적 자긍심을 향상시키고 추후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일감을 연계하고자 한다. 또 봉제 아카데미 운영 시 강사 이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더불어 인증카드 보유자에게 협력병원에서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구는 현재 1개소에서 앞으로 협력병원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달 30일, 처음 실시된 실기시험은 서면심사를 통과한 총 23명의 신청자가 도전했다. 실기시험을 끝내고 나온 40년 경력의 박 모씨는 “너무 긴장했다. 누군가의 앞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니, 평소에는 눈 감고 하던 일도 오늘은 실수를 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70년대 한국 산업을 견인했던 의류 봉제 산업은 90년대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사양 산업이 됐다. 한정된 시장에서 ‘봉제 노동자’는 20년째 변하지 않는 공임단가 등으로 노동력의 평가절하 속에 하루살이, 유령노동자 ‘객공(임시로 고용한 직공)’이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숙련공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표준(최저) 공임단가 △정규직 채용 장려정책 △취업 연계 실습 위주 봉제교육 등 사람을 키우고 산업을 지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구는 지난 3월 ‘무등록 봉제업체와 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봉제 산업 종사자와 전문가, 주민, 관계 공무원 등이 함께 정책을 개발·발전시키는 ‘성동 국민정책디자인단’을 꾸렸다. 정책논의 끝에 구는 무등록 의류제조업체를 양성화하기 위해 찾아가는 ‘ONE-CALL’ 사업자등록 대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또 성동세무서, 성동근로자복지센터와 협업하여 ‘ONE-TEAM 드림 자문단’을 구성해 세무, 노무, 법률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무등록 의류제조업체를 돕고 있다.

정원오 구청장은 “관내 무등록봉제사업체가 약 2천여 개에 달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혹독한 시기를 보내셨을 것”이라며 “앞으로 ‘봉제경력 인증제’를 보다 고도화시키고, 실효성 있는 증명이 되도록 조례 개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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